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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35

140607. 남도여행 마지막 날 - 여수에서 부산으로 뜰방한옥에서의 포근한 하룻밤 후, 뜨락에 지천으로 피어 있던 야생화들의 배웅을 받으며 다시 여수 시내로 출발. 오늘의 목적지는 향일암. 엄마아빠는 10여 년 전 와보셨다 그래서 초행길인 나만 할머니를 모시고. 올라가는 길이 좀 가파르긴 하더라. 그래도 두세 번 바위 틈을 지나갈 때마다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 같아 두근거렸던. 할머니는 향일암도 보리암도 기도처보다 관광지로 변했다며 아쉬워하셨지만, 기도처였다면 나는 이 좋은 풍광을 못 봤지 않을까. 여튼 관음전까지 올라가 할머니가 권하는 초도 한번 피워 보고 - 발원문은 '마음의 행복'. 이래서 남친이 안 생긴다며 쓰고 나서 잠깐 후회ㅋ - 주변 곳곳을 둘러보며 눈을 쉬었다. 특히 전각을 뒤에 두고 눈 앞에 펼쳐진, 하늘과 바다가 구분되지 않던 아스라함.. 2014. 8. 12.
140606. 남도여행 둘째 날 - 목포에서 여수로 목포의 야경을 다 제끼고 일찍 잠든 만큼 일찍 일어난 둘째 날. 아침에는 시장 구경을 나갔더랬다. 홍어를 형상화한 각종 조형물이 눈에 들어왔던. 밑반찬을 하려고 마른 멸치와 새우를 조금씩 골라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 동해안의 오징어잡이 배와는 사뭇 다르게 생긴 배들이 이색적이었다. 아침을 먹고는 유달산으로. 지름길을 버리고 슬슬 걸어가던 흙길의 촉감은 잊지 못할 기억. 유선각에서의 목포 전경과 시원한 바닷바람도 몸에 아로새겼다. 현충일인 만큼 10시의 사이렌도 경건한 마음으로. 마침 천자총통 점화 행사도 같은 시간에 맞추어져 있어 더 의미 있었다. 유달산을 내려와 삼학도로. 이난영 공원에서는 '목포의 눈물'이 흘러나왔다. 갓을 쓴 생물 같던 돌탑도 나름 귀여웠었고. 옛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을 개조한 목포.. 2014. 8. 12.
140605. 남도여행 첫날 - 순천에서 목포로 부모님과 외할머니와 함께 가는 남도. 원래부터 배를 무서워하셨는데, 4월의 사건 이후 한층 더한 할머니 덕에 홍도-흑산도의 여정이 바뀌어 남도로 향하게 되었지만 새로운 곳의 바람은 언제나 좋은 법. 운동화 끈을 가볍게 조여 매고 출발! 중간 기착지로 잡은 순천. 몇년 전 순천만 방문 이후 오랜만인데다가 정원박람회가 궁금하기도 해서 들렀다. 시작은 역시 먹부림으로ㅋ 할머니가 정성들여 준비해오신 도시락에 완전 배불배불. 여유 있게 박람회장을 돌아보았다. 하천가에 세워둔 조각들. 서문 입구에서 가까운 '두근두근'부터 눈길을 끄는 아가들이 많더라. 스카이큐브(무인궤도차)를 타고 문학관역으로. 스쳐 지나가는 창밖이 무심해질 때쯤 도착해서 김승옥과 정채봉에 대한 내용을 간단하게 둘러보았다. (어린 시절의 전신누드는.. 2014. 8. 12.
연보(김소연) 1967년 1974년 1980년 1983년 1986년 1990년 그리고, 마음 둘 데 없어 외로웠으므로 하늘을 나는 기구가 모래주머닐 떨어뜨리듯, 꾸던 꿈들을 떨어뜨리고서라도 높이높이 날아오르고 싶어했다. 그러나 나는 알게 되었다, 실하지 못한 날개로 파닥파닥 날아가 휘청대다 부딪치고 부딪치다 지쳐서 맴돌던 곳은 황색의 가등이었다는 것을. 가끔은 지독하게 사랑을 그리워했고 사랑의 냄새들을 못 견뎌내고 있었다는 것을. 지도상에 없는 섬처럼, 나뭇등걸 짙은 상처 골라 뿌리내리는 그 섬의 버섯처럼, 그늘과 이슬을 편애하는 것이 이 시대엔 얼마나 불가능한 시인가를 알게 되었다. 깊이 숨겨둔, 세계에 대한 내 마지막 자비를 빼내들곤 서른의 형제가 이 세상을 버리고 도망갔고, 편애하던 사랑이라든가 진실이라는 단어가.. 2014. 8.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