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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상/발길 따라 거닐며

140605. 남도여행 첫날 - 순천에서 목포로

by 玄月-隣 2014. 8. 12.

 부모님과 외할머니와 함께 가는 남도. 원래부터 배를 무서워하셨는데, 4월의 사건 이후 한층 더한 할머니 덕에 홍도-흑산도의 여정이 바뀌어 남도로 향하게 되었지만 새로운 곳의 바람은 언제나 좋은 법. 운동화 끈을 가볍게 조여 매고 출발!



 중간 기착지로 잡은 순천. 몇년 전 순천만 방문 이후 오랜만인데다가 정원박람회가 궁금하기도 해서 들렀다. 시작은 역시 먹부림으로ㅋ 할머니가 정성들여 준비해오신 도시락에 완전 배불배불. 여유 있게 박람회장을 돌아보았다.



 하천가에 세워둔 조각들. 서문 입구에서 가까운 '두근두근'부터 눈길을 끄는 아가들이 많더라.



 스카이큐브(무인궤도차)를 타고 문학관역으로. 스쳐 지나가는 창밖이 무심해질 때쯤 도착해서 김승옥과 정채봉에 대한 내용을 간단하게 둘러보았다. (어린 시절의 전신누드는 좀 충격! ㅋ) 1960년대, 당대와 이후의 문학사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김승옥과 그 동기들. <무진기행>의 배경이 되는 순천만에 대한 언급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아직까지 떠나보내지 못한 책 <오세암>의 작가 정채봉. 관 자체는 작지만 알차게 잘 꾸며져 있더랬다.



 본격적인 정원 관람 시작… 이라지만 어른들을 모시고 다니는 여행의 특성상 각국 정원 중 제대로 본 건 중국과 프랑스 정원 뿐. 중국 정원의 화접 조각, 커피숍 건물과 절묘하게 어우러진 프랑스 정원, 그리고 와인을 형상화한 조각도 한눈에 들어왔다. 갯지렁이를 닮은 자취길도 의미가 있었고.



 동문과 서문 사이, 남문 즈음에 위치한 꿈의 다리. 일명 물 위의 미술관이라고도 하는데, 16개국 아이들의 꿈 수만가지가 색색으로 펼쳐져 있다. 지나면서 볼 수 있는, 미술가의 재기발랄한 모자이크 글도 재미.



 순천만을 형상화했다는 정원의 중심부. 원경으로 보는 것도 좋지만 직접 걸을 때 그 진가를 더욱 느끼게 될, 그런 공간이었다. 좀 더 있고 싶었달까. 군데군데 보이던 안고 싶은 의자와 배웅하듯 춤추던 홍학도 빼놓으면 섭섭해할 정원의 일부.


 밥 먹는 시간부터 서너 시간 족히 머물렀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는 마음을 달랜 채, 난생 처음 가보는 목포로~! 사실 이동하는 중에 좀 졸았… 아하하. 그래도 영산강 하구둑을 지나면서는 마냥 좋더라. 어릴 때 자주 갔던 을숙도-낙동강 하구둑이 생각나기도 하고.

 원래 계획은 세발낙지를 먹고 갓바위의 야경까지 보는 것이었으나, 체크인 후 눈에 보이게 체력이 줄어든 어른들. 별 수 없이 다 포기하고 남은 도시락(이라기엔 너무 많은 밥들)을 먹으며 숙소에서 내려다보이는 목포 앞바다 한 장.



 아쉬움을 남기는 첫날 여정을 보면 담번엔 순천도 목포도 호젓하게 다시 오라는 뜻인가보다. 마음 잘 갈무리하고, 다시 내일을 계획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