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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35

공양(안도현) 싸리꽃을 애무하는 산(山)벌의 날갯짓소리 일곱 근 몰래 숨어 퍼뜨리는 칡꽃 향기 육십평 꽃잎 열기 이틀 전 백도라지 줄기의 슬픈 미동(微動) 두 치 반 외딴집 양철지붕을 두드리는 소낙비의 오랏줄 칠만구천 발 한 차례 숨죽였다가 다시 우는 매미울음 서른 되 - , 창비, 2008 가슴이 먹먹한, 그래서 더욱 받고 싶은 선물들. 햇살 두어 줄기로 예쁘게 포장해 준다면 좋겠어:) 덧. '평'은 이미 대치 불가능한 그 어떤 것, 아닌가. 이걸 왜 굳이 제곱미터라는 딱딱한 이름으로 바꿔야 할지. (08/06/30) 예쁜 것들을 보면 두근거리는 심장 박동 네 근 바람결에 실려 오는 그리운 향기 삼세 평 머언 하늘, 내 마음처럼 움직이는 구름의 이동거리 한 치 앞 끊임 없이 이어지는 추억의 고리 일백여덟 발 잠깐 그.. 2014. 8. 24.
140622. 서울국제도서전 도서전 공지를 보고 맘이 살랑살랑. 애들 시험 준비기간이니 이번엔 같이 못 가겠네.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돌베개 부스 추첨을 보고는 홀랑 낚여서 서울로. 입구에 턱하니 자리잡은 건 문학동네. 시인선 콜렉션은 보기만해도 시원한 느낌이었다. 물론 맘에 드는 시집들은 차곡차곡 질러뒀기에 가뿐하게 패스. 교유서가와 문동 고전문학선집만 한권씩 데리고 덤으로 노트도 받아옴. 안타깝지만 필명으로 발표된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들은 이미 다 나가고 없었다ㅠㅠ 발길은 그 옆의 민음사로. 민음세계문학전집 디자인한 사람은 묘비를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어야 돼! 라고 주장하는 나이기에 이쪽은 가볍게 패스. 마그리트를 표지로 한 밀란 쿤데라 전집이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새 번역판은 꽤나 예뻤지만 1년 안에 못 읽을 책은 사지 .. 2014. 8. 24.
120623/30. 서울국제도서전 책을 사는 게 아니라 지르는 게 되어버린 건 언제부터였더라. 분명 어느 순간까지는 많이 사도 사서 '모셔오는' 거였는데 요즘은 나도 반 짐짝 취급이다. 쌓여있는 책들이 늘어나서 그런가. 그리고 그 쌓임은 물리적인 문제인 동시에 정신적인 문제. 집에 새 책들이 늘어나는데 겨울나기 준비하는 다람쥐마냥 책을 모아들이기에만 바쁘다. 속독도 정독도 난독도 아닌 '적독'의 시간들.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을지. 그 와중에 20년 책 선택의 역사에서 처음 저지른 실수. 예약주문한 책과 CD를 오늘 받았는데, 아까 서울에서 똑같은 책을 또 샀다는. 이쯤 되면 필요에 의해 책을 사는 것도, 취미로 책을 모으는 것도 넘었지 싶다. 도대체 요즘 내 속엔 뭐가 들어앉았길래 채워도 채워도 끝이 안 보이니… (12/06/2.. 2014. 8. 24.
101117. 김려 <유배객 세상을 알다> 중에서 시로 남은 연희와의 추억은 눈이 부시다. 봄날 그녀의 집 우물가에서 수정처럼 영롱한 앵두를 따서 함께 나누어 먹었던 연희, 복사꽃이 흐드러지게 피면 꽃잎을 따서 그녀의 붉은 뺨과 자기의 흰 수염에 대보며 장난을 쳤던 연희, 긴 여름 장마 끝에 달이 뜨자 보고 싶은 마음에 신 신고 개울가로 나서니 어느새 작은 우산을 들고 치마를 끌며 술병을 들고 찾아온 연희, 달 뜨는 가을밤 낙엽 쌓인 그녀의 집 뜰에 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다가 얘기가 다하면 손잡고 단풍나무 붉은 뜰을 함께 거닐던 연희, 펄펄 날리는 눈바람에 뚫어진 창으로 문풍지 펄럭이는 겨울밤 근심에 뒤엉켜 쓸쓸히 누웠는데 얼어붙은 눈길을 또각또각 밟고 와 화로에 술을 데우던 연희, 눈 그친 맑은 날 달은 밝고 촛불은 가물거리는데 따뜻한 양털 휘장을.. 2014. 8.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