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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상/발길 따라 거닐며

140607. 남도여행 마지막 날 - 여수에서 부산으로

by 玄月-隣 2014. 8. 12.

 뜰방한옥에서의 포근한 하룻밤 후, 뜨락에 지천으로 피어 있던 야생화들의 배웅을 받으며 다시 여수 시내로 출발.


 오늘의 목적지는 향일암. 엄마아빠는 10여 년 전 와보셨다 그래서 초행길인 나만 할머니를 모시고. 올라가는 길이 좀 가파르긴 하더라. 그래도 두세 번 바위 틈을 지나갈 때마다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 같아 두근거렸던.

 할머니는 향일암도 보리암도 기도처보다 관광지로 변했다며 아쉬워하셨지만, 기도처였다면 나는 이 좋은 풍광을 못 봤지 않을까. 여튼 관음전까지 올라가 할머니가 권하는 초도 한번 피워 보고 - 발원문은 '마음의 행복'. 이래서 남친이 안 생긴다며 쓰고 나서 잠깐 후회ㅋ - 주변 곳곳을 둘러보며 눈을 쉬었다.

 특히 전각을 뒤에 두고 눈 앞에 펼쳐진, 하늘과 바다가 구분되지 않던 아스라함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내려오는 길에 보았던, 마치 기도하는 사람을 닮은 나무등걸도 이번 여행의 뷰 포인트.



 점심으로 무얼 먹을까 한참 고민하다 시청 뒤쪽, 제철 생선을 다룬다는 집으로. 그리고 목포에서 못 먹었던 홍어에 도전. 양념소금에 찍어 먹는 홍어의 맛은 어른의 맛 혹은 인생의 경험치가 한 단계 높아졌다, 고 말할 수 있었… 내 입에는 삼합과 막걸리 한 잔이 더 나았다는^^;

 그리고 서대회무침. 꼬들꼬들한 생선의 식감이 입에서 살아 움직였다. 밑반찬이 많진 않아도 깔끔한 감칠맛이 남도라는 걸 실감하게 했달까. 청하지 않았는데 우거지국을 2인 1그릇으로 내어주던 넉넉한 인심도.



 점심을 먹고는 오동도로 이동~ 박람회장 바로 옆에 있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래서 동백열차는 포기하고 슬슬 걷기. 바다 위로 뻗은 다리를 따라 여유 있게 걷는 것도 한멋이었다. 도보 일주길이나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이 애타게 나를 불렀지만 어른들 계시니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돌아나오는 것으로 사흘 간 900km의 여정 마무리.


 아직 여기저기 못 가본 곳도 많고, 욕심 내서 더 가고픈 곳도 많고. 새로운 풍경에 두근거리는 마음과 뽈뽈거려도 말짱한 체력이 있음에 감사하며- 다음의 여행길을 행복하게 기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