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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35

광장(최인훈) 2007년 11월 작성. 내가 만난 이명준 바다는, 크레파스보다 진한, 푸르고 육중한 비늘을 무겁게 뒤채면서, 숨을 쉰다. 살아 움직이는 바다. 그 바다 위에서 나는 그를 만났다. 사실 한 사람이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들이란 얼마나 많은가. 거리에서 스쳐지나가는 사람들부터 눈을 감는 그 순간에도 잊지 못할 사람까지 수천 명이라는 말로는 모자랄 터. 그런데 왜 나는 40여 년 전 잠깐의 인연이었던 그를 잊지 못하는가. 아마도 인훈의 말처럼 그가 풍문에 만족하지 않고 늘 현장에 있으려고 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물론 말은 이렇게 하지만 나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른다.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 동안 그를 보았기 때문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를 얘기하고 싶다. 결국 살아 움직이는 바다 .. 2014. 8. 6.
금강(錦江), 그 길고 긴 이야기(신동엽) 2003년 6월 작성. 내가 「금강」을 처음 만난 건 고등학교 1학년 때다. ‘신동엽’이라고 하면 「껍데기는 가라」「산에 언덕에」 같이 극히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나. 하지만 「금강」을 만나면서부터 신동엽님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인이 되었다. 많은 시 중에서 유독 「금강」이 그렇게 맘에 들었던 이유는 시인의 밝은 눈 때문이다. 사회 시간에 배웠듯 신민에서 시민으로 변해가는 동학 혁명기. 그 이후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한 목소리를 낸 것은 ´19 만세운동, ´60 4·19 혁명, 70년대 유신 반대 투쟁, ´80 광주 민주화 운동, ´87 6월 항쟁. 지금이야 배우니까 이들이 모두 하나의 흐름으로 잡히는 구나, 라고 쉽게 알 수 있지만 40여년 전에 이미 그 역사의 흐름을 읽어냈다는 게 정말 대단해 보.. 2014. 8. 5.
그 곳에 가면 그 여자가 있다(김현아) 2011년 4월 작성. ☆ 김현아, 그 곳에 가면 그 여자가 있다, 호미, 2008. 당신을 만나고 싶은 날에 봄은 봄인가봅니다. 겨우내 함께 했던 좀 무거운 녀석들보다 한두 시간 가볍게 읽을거리들에 더 손이 가는 걸 보면 말입니다. 꽃내음을 한가득 안고 와 풀어놓는 따뜻한 바람을 맞으며 당신을 만나러 천천히 발길을 옮깁니다. 언제부터 싹텄던 것인지는 모르지만, 한동안 여성-근대는 내가 세상을 보는 틀이었습니다. 꽤나 어릴적부터 체득했던, 아니 체득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으로서의 자의식. ‘탈근대’라는 담론을 이해하기 위해 공부했던 근대와 시간의 연속선상에서의 근대 같은, 아마도 역사에의 호기심이라 명명할 수 있는 그런 것들. 지금은 그 때의 시선과는 달라졌다지만 이런 배경을 깔고 있었기에 ‘그 여자’에 .. 2014. 8. 5.
포구기행&예술기행(곽재구) 2011년 4월 작성. ☆ 곽재구, 곽재구의 포구기행, 열림원, 2002. ☆ 곽재구, 내가 사랑한 사람 내가 사랑한 세상, 한양출판, 1993. (현재 으로 개정되어 출판됨) 사람, 사랑, 삶…… 따뜻한 아름다움 앞선 고백. 은 한양산문선으로 먼저 접했다. 그 때의 제목이 . 같은 판형으로 과 나란히 꽂아두는 것도 좋겠다 싶지만 왠지 쓸쓸해보이는 표지의 한 사람이 몇 번이고 손을 멈추게 한다. 미색 색상지와 타이프체가 인상적이었던 한양문고 동화의 추억도 자꾸만 이 책을 쓸어보게 하는 이유랄까. 누구라도 그렇겠지만, 나에게도 ‘먼 곳에의 그리움’이라 부를만한 것이 있다. 구체적인 장소나 시간이 아니라 그저 세상 곳곳을 떠돌고픈 마음. 여러 가지 여건상 세상 곳곳이 힘들다면 전국 곳곳이라도 다니고픈, 그런.. 2014. 8.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