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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35

140824. 문득 들려온 노래들 # 제주도에서의 4박 5일. 내가 품고 갔던 노래는 김동률의 '출발'. 가볍게 떠나는 여행길과 잘 맞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작은 물병 하나, 먼지 낀 카메라, 때 묻은 지도 가방 안에 넣고서"라는 가사는 그야 말로 내 상황 그대로. 하지만 내 여행의 테마는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 제주도에 있는 동안 하루에 한 번씩은 꼭 들려오더라-_-; # 오늘의 노래는 '너에게'. 서태지의 원곡이 아니라 좀 아쉽긴 했지만 성시경의 목소리도 매력적이긴 하다. "너의 말들을 웃어 넘기는 나의 마음을 너는 모르겠지…" 그 가사에서 얼마나 많은 위로를 받았었는지. # 그리고 엊그제 TV 재핑 중에 느낀 건데- 클래식, 많이 까먹었구나. 그렇게 낯익은 멜로디들인데 어떻게 하나도 제목이 기억 안 날 수가 있니. 점점 바보가.. 2014. 8. 24.
100906. 한국분단문학 대표소설선 서지사항 : 권영민 편, 한국분단문학 대표소설선 1, 문학과 민족사, 1990 "우리는 아무도 이 소설들의 주인공이 아니지만 동시에 그 누구도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벌써 20년이 지났구나, 에 감탄. 출판사를 '문학과 지성사'로 봤다가 그럴리 없다는 생각에 실소. 김원일 '어둠의 혼' (1973) 정말 이모부는 왜 갑해에게 아버지의 시신을 보여준 걸까. 문순태 '철쭉제' (1981)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다가 '징소리'와 혼동하고 있다는 걸 깨달음-_-; 벚꽃만 아니라 철쭉도 피를 먹고 더 아름담게 피어나… 박완서 '겨울나들이' (1975) 김윤식 曰, 도리도리 할머니='오발탄'의 노파 오정희 '유년의 뜰' (1980) & 이동하 '굶주린 혼' (1980) 전쟁, 그 이후의 궁핍한 삶. 조숙과 조.. 2014. 8. 19.
100901. 한강 <내 여자의 열매> 중에서 허기와 피로 때문에, 밥 떠먹을 깨끗한 숟가락 하나도 남김없이 싱크대의 개수통 안에서 썩어가고 있는 식기들 때문에 나는 외로움을 느꼈다. 그렇게 먼곳에서 돌아왔는데 아무도 없다는 것 때문에, 긴 비행시간 동안 겪은 소소한 일들과 이역의 기차에서 본 풍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에, '피곤해?'라고 물어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괜찮아'라고 강인하고 참을성있게 대답할 수 없기 때문에 나는 외로웠다. 외로움 때문에 화가 났다. 내 몸이 보잘것없어 세상의 어떤 것도 나에게 엉겨붙지 않는 듯한 느낌, 어떤 옷으로도 가릴 수 없는 한기, 무엇으로도 누구로부터도 위로받을 수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용케 스스로에게 숨겨왔을 뿐이라는 생각 때문에 화가 났다. 언제 어디에서나 혼자이며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2014. 8. 19.
당신 집에서 잘 수 있나요, 오늘 밤(김이강) 1 당신 집에서 잘 수 있나요? 오늘 밤 당신은 말한다 조용한 눈을 늘어뜨리며 당신은 가느다랗고 당신은 비틀려 있다 그럴 수 없다고, 나는 말한다 나도 어쩔 수가 없다고 가만히, 당신은 서 있다 딱딱한 주머니 속으로 찬 손을 깊숙이 묻어둔 채 한동안 오래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을 것이다 행인들에게 자꾸만 치일 것이고 아마도 누구일지 모르는 한 사람이 되돌아오고 따뜻한 커피를 건넸을 것이다 그러는 동안 겨울이 갔던가 2 오늘은 고통과 죽음에 대한 장을 읽고 있다 이 책을 기억하는지 연필로 한 낙서를 지우지 못하고 도서관에 반납한 내게 겨울에, 당신은 묻는다 아무래도 이 책의 삼십칠 페이지에 있는 글씨가 내 글씨 같다고 안녕? 페이지 숫자가 마음에 든다 3 편도를 타고 가서 돌아오지 말자. 옆 테이블에서 .. 2014. 8.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