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상한 일상/발길 따라 거닐며

140606. 남도여행 둘째 날 - 목포에서 여수로

by 玄月-隣 2014. 8. 12.

 목포의 야경을 다 제끼고 일찍 잠든 만큼 일찍 일어난 둘째 날. 아침에는 시장 구경을 나갔더랬다. 홍어를 형상화한 각종 조형물이 눈에 들어왔던. 밑반찬을 하려고 마른 멸치와 새우를 조금씩 골라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 동해안의 오징어잡이 배와는 사뭇 다르게 생긴 배들이 이색적이었다.



 

 아침을 먹고는 유달산으로. 지름길을 버리고 슬슬 걸어가던 흙길의 촉감은 잊지 못할 기억. 유선각에서의 목포 전경과 시원한 바닷바람도 몸에 아로새겼다. 현충일인 만큼 10시의 사이렌도 경건한 마음으로. 마침 천자총통 점화 행사도 같은 시간에 맞추어져 있어 더 의미 있었다.



 

 유달산을 내려와 삼학도로. 이난영 공원에서는 '목포의 눈물'이 흘러나왔다. 갓을 쓴 생물 같던 돌탑도 나름 귀여웠었고.

 옛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을 개조한 목포근대역사관도 볼만했다. 실제 유물은 두 점밖에 없었지만,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치는 그 시기를, 수많은 사진들이 증언해주고 있었으니까.



 

 뒤이어 간 곳은 갓바위. 내 야경… 을 외치는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환한 자연광 아래 보는 풍광도 꽤 그럴 듯했다. 천연기념물이라 말하기 충분할 정도. 해상 다리를 걸으며 한껏 눈에 담았던 서해의 뻘도, 계단 위에서 내려다보던 하구둑도 오래 남는다.



 


 점심 식사 후 목포를 떠나 여수로.


 오동도에 들어가려다 차가 너무 많아서 보류. 전라좌수영 본영으로 쓰였던 진남관으로 향했다. 단층 건물이지만 폭이 꽤 넓어서 웅장한 맛이 있던. 지붕 개보수가 끝난 뒤엔 마루로 올라갈 수도 있을까 싶었다.

 유물 전시관에서 간단하게 설명도 듣는데, 일제시대를 거치며 전라좌수영 건물과 관련된 유적은 거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 하긴, 일본 입장에서 보면 남겨두고 싶지 않았겠지. 덧붙여 부임한지 14개월만에 지역민들의 신임을 얻어 전쟁에 혁혁한 공을 세운 충무공에게도 새삼 찬사를.

 해설사님께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여수엑스포의 빅5쇼 구경을 하려고 했으나 이미 매진-_-/ 가뿐하게 포기하고 하멜전시관으로 향했다. 작지만 이야기를 따라 짜임새 있게 잘 꾸몄더라.



 

 그리고 저녁식사. 먹을거리 얘기가 나온 김에 한꺼번에'ㅇ'

 민어회, 병어회, 세발낙지, 한정식 등 푸짐한 남도 밥상을 두고 고민하다 점심 메뉴는 낙지로 결정. 이가 불편한 할머니를 위해 연포탕을, 취향을 존중하여 엄마는 낙지비빔밥을, 그리고 아빠와 나는 낙지탕탕이를. 궁금하니까 '시가'로 계산한다는 세발낙지도 두 마리. 아빠와 내가 한 마리씩 먹었는데, 고소하고 진한 맛은 잊지 못하겠지만 낙지를 생각하자면 못할 짓. 살아 있는 세발낙지를 잡아 젓가락에 휘감는, 숙달된 종업원 이모의 손놀림에 넋을 놓고 있다가 사진이 없다-_-/

 저녁으로는 무한리필이 가능한 게장백반집으로. 엄마아빠가 이미 두 차례 와보셨다는 집은 바깥 줄이 너무 길어서 비슷한 평을 받고 있는 옆집으로. 하지만 여긴 건물 안으로 줄이 있었다는 함정(…) 어른들은 과일 사러 장에 가시고 착한 막내는 책 한 권을 끼고 열심히 기다리다가 착석. 간장게장도 꽃게된장도 양념게장도 맛있게 냠냠.



 

 오늘의 숙소는 여수엑스포를 맞아 정비된 관기리 상관마을. 짐을 풀고 가볍게 동네 한 바퀴를 돌아봤는데 시골 마을치고는 생각보다 규모가 큰 편. 그래도 도시와는 사뭇 다른 맛이 있었다.

 피곤해하시는 할머니를 두고 나가기엔 좀 걸려서, 여수로 들어오는 길부터 지금까지 계속 귓가에 맴도는 '여수 밤바다'는 포기. (내가 진짜 이번 남도 코스는 다음에 하루씩 날 잡아서 다시 오고야 만다ㅠ) 대신 '골목길 어귀에서' 쯤은 여기서도 충분히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달까.



 

 다시 내일을 기약하며, 오늘은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