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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함께/책 읽기 책 일기

포구기행&예술기행(곽재구)

by 玄月-隣 2014. 8. 5.

2011년 4월 작성.

☆ 곽재구, 곽재구의 포구기행, 열림원, 2002.

☆ 곽재구, 내가 사랑한 사람 내가 사랑한 세상, 한양출판, 1993.

  (현재 <곽재구의 예술기행>으로 개정되어 출판됨)

 

사람, 사랑, 삶…… 따뜻한 아름다움

 

앞선 고백. <예술기행>은 한양산문선으로 먼저 접했다. 그 때의 제목이 <내가 사랑한 사람 내가 사랑한 세상>. 같은 판형으로 <포구기행>과 나란히 꽂아두는 것도 좋겠다 싶지만 왠지 쓸쓸해보이는 표지의 한 사람이 몇 번이고 손을 멈추게 한다. 미색 색상지와 타이프체가 인상적이었던 한양문고 동화의 추억도 자꾸만 이 책을 쓸어보게 하는 이유랄까.


 누구라도 그렇겠지만, 나에게도 ‘먼 곳에의 그리움’이라 부를만한 것이 있다. 구체적인 장소나 시간이 아니라 그저 세상 곳곳을 떠돌고픈 마음. 여러 가지 여건상 세상 곳곳이 힘들다면 전국 곳곳이라도 다니고픈, 그런 마음. 하지만 늘- 마음은 하늘, 발은 땅. 가보지 못한 세상을 그리워하며 책을 통해 그 흔적을 더듬는다.


 손끝에 만져지는 건 안온하고 잔잔한 책의 질감이다. 사진이 많이 들어가는 기행문들이 그렇듯 번쩍이는 종이를 쓰지 않아서 바다와 항구의 사진들이 부드러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한 장씩 천천히 넘기다보면 들려오는 아련한 파도소리. 조곤조곤 말을 거는 낮은 목소리. 시인은 시로 말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지만, 수필로 외도(?)하는 시인의 글들을 참 좋아한다. 모국어의 내밀한 숨결을 잡아낼 수 있는 사람들이 시인이니까 그 예민함으로 마음 한 켠을 톡, 하니 건드리고 간달까.


 항구를 다루든 예술을 다루든 두 권의 책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저자의 시선이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을, 보고 듣고 느낀 풍경들을 풀어놓는 그의 시선은 나에게로 옮겨와 나 역시도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으로 가득하게 된다. “삶은 왜 이리 슬프냐, 근디 너는 왜 이리 이쁘냐.”던 책 속의 말처럼. 누가 그랬었지. 예쁜 것들을 보면 눈물이 나고 눈물은 왠지 노래가 된다고. 그래서 마음 속 그 노래를 따라 결국 길을 나설 수밖에 없게 만드는.


 봄이다. 이 봄 가기 전에 낡은 운동화 끈을 여미고 가까운 바닷바람이라도 쐬고 와야겠다.


뒤이은 고백. <포구기행>은 거의 책이 나오자마자 샀었고, 그 덕에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라는 노란 딱지를 피할 수 있었다. 각종 버라이어티 예능이 넘쳐나는 요즘, 느낌표가 잠깐씩 그리워지긴 하지만 책 앞표지에 ‘박아버리는’ 노란 딱지는 정말 싫었으니까. 지금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띠지 혹은 서점 안의 광고로 충분하지 않았나 하는. 그렇다면 지금쯤 내 책장엔 몇 권의 책이 더 꽂혀 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