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120

100906. 한국분단문학 대표소설선 서지사항 : 권영민 편, 한국분단문학 대표소설선 1, 문학과 민족사, 1990 "우리는 아무도 이 소설들의 주인공이 아니지만 동시에 그 누구도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벌써 20년이 지났구나, 에 감탄. 출판사를 '문학과 지성사'로 봤다가 그럴리 없다는 생각에 실소. 김원일 '어둠의 혼' (1973) 정말 이모부는 왜 갑해에게 아버지의 시신을 보여준 걸까. 문순태 '철쭉제' (1981)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다가 '징소리'와 혼동하고 있다는 걸 깨달음-_-; 벚꽃만 아니라 철쭉도 피를 먹고 더 아름담게 피어나… 박완서 '겨울나들이' (1975) 김윤식 曰, 도리도리 할머니='오발탄'의 노파 오정희 '유년의 뜰' (1980) & 이동하 '굶주린 혼' (1980) 전쟁, 그 이후의 궁핍한 삶. 조숙과 조.. 2014. 8. 19.
100901. 한강 <내 여자의 열매> 중에서 허기와 피로 때문에, 밥 떠먹을 깨끗한 숟가락 하나도 남김없이 싱크대의 개수통 안에서 썩어가고 있는 식기들 때문에 나는 외로움을 느꼈다. 그렇게 먼곳에서 돌아왔는데 아무도 없다는 것 때문에, 긴 비행시간 동안 겪은 소소한 일들과 이역의 기차에서 본 풍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에, '피곤해?'라고 물어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괜찮아'라고 강인하고 참을성있게 대답할 수 없기 때문에 나는 외로웠다. 외로움 때문에 화가 났다. 내 몸이 보잘것없어 세상의 어떤 것도 나에게 엉겨붙지 않는 듯한 느낌, 어떤 옷으로도 가릴 수 없는 한기, 무엇으로도 누구로부터도 위로받을 수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용케 스스로에게 숨겨왔을 뿐이라는 생각 때문에 화가 났다. 언제 어디에서나 혼자이며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2014. 8. 19.
당신 집에서 잘 수 있나요, 오늘 밤(김이강) 1 당신 집에서 잘 수 있나요? 오늘 밤 당신은 말한다 조용한 눈을 늘어뜨리며 당신은 가느다랗고 당신은 비틀려 있다 그럴 수 없다고, 나는 말한다 나도 어쩔 수가 없다고 가만히, 당신은 서 있다 딱딱한 주머니 속으로 찬 손을 깊숙이 묻어둔 채 한동안 오래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을 것이다 행인들에게 자꾸만 치일 것이고 아마도 누구일지 모르는 한 사람이 되돌아오고 따뜻한 커피를 건넸을 것이다 그러는 동안 겨울이 갔던가 2 오늘은 고통과 죽음에 대한 장을 읽고 있다 이 책을 기억하는지 연필로 한 낙서를 지우지 못하고 도서관에 반납한 내게 겨울에, 당신은 묻는다 아무래도 이 책의 삼십칠 페이지에 있는 글씨가 내 글씨 같다고 안녕? 페이지 숫자가 마음에 든다 3 편도를 타고 가서 돌아오지 말자. 옆 테이블에서 .. 2014. 8. 12.
140607. 남도여행 마지막 날 - 여수에서 부산으로 뜰방한옥에서의 포근한 하룻밤 후, 뜨락에 지천으로 피어 있던 야생화들의 배웅을 받으며 다시 여수 시내로 출발. 오늘의 목적지는 향일암. 엄마아빠는 10여 년 전 와보셨다 그래서 초행길인 나만 할머니를 모시고. 올라가는 길이 좀 가파르긴 하더라. 그래도 두세 번 바위 틈을 지나갈 때마다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 같아 두근거렸던. 할머니는 향일암도 보리암도 기도처보다 관광지로 변했다며 아쉬워하셨지만, 기도처였다면 나는 이 좋은 풍광을 못 봤지 않을까. 여튼 관음전까지 올라가 할머니가 권하는 초도 한번 피워 보고 - 발원문은 '마음의 행복'. 이래서 남친이 안 생긴다며 쓰고 나서 잠깐 후회ㅋ - 주변 곳곳을 둘러보며 눈을 쉬었다. 특히 전각을 뒤에 두고 눈 앞에 펼쳐진, 하늘과 바다가 구분되지 않던 아스라함.. 2014. 8.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