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오규원)
저기 저 담벽, 저기 저 라일락, 저기 저 별, 그리고 저기 저 우리집 개의 똥 하나, 그래 모두 이리 와 내 언어 속에 서라. 담벽은 내 언어의 담벽이 되고, 라일락은 내 언어의 꽃이 되고, 별은 반짝이고, 개똥은 내 언어의 뜰에서 굴러라. 내가 내 언어에게 자유를 주었으니 너희들도 자유롭게 서고, 앉고, 반짝이고, 굴러라. 그래 봄이다. 봄은 자유다. 자 봐라, 꽃피고 싶은 놈 꽃피고, 잎 달고 싶은 놈 잎 달고, 반짝이고 싶은 놈은 반짝이고, 아지랑이고 싶은 놈은 아지랑이가 되었다. 봄이 자유가 아니라면 꽃피는 지옥이라고 하자. 그래 봄은 지옥이다. 이름이 지옥이라고 해서 필 꽃이 안 피고, 반짝일 게 안 반짝이던가. 내 말이 옳으면 자, 자유다 마음대로 뛰어라. - , 문지, 1994 창밖에는 목..
2013. 10. 21.
[책] 보름동안 만났던.
오규원(재판-1995), 왕자가 아닌 한 아이에게, 문지오규원(재판-1994), 가끔은 주목받는 生이고 싶다, 문지오규원(재판-1995), 사랑의 감옥, 문지 봄이 오기는 오는가보다. 언제부턴가 해마다 봄이 오면 오규원의 시집을 손에 잡고 있었으니. 아마 '봄은 자유다. 자 봐라, 꽃피고 싶은 놈 꽃피고, 잎 달고 싶은 놈 잎 달고, 반짝이고 싶은 놈은 반짝이고, 아지랑이고 싶은 놈은 아지랑이가 되었다. 봄이 자유가 아니라면 꽃피는 지옥이라고 하자. 그래 봄은 지옥이다. 이름이 지옥이라고 해서 필 꽃이 안 피고, 반짝일 게 안 반짝이던가. 내 말이 옳으면 자, 자유다 마음대로 뛰어라.'라는 '봄'의 잔상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지난 2일, 5주기 낭독회에도 가고 싶었지만 말썽쟁이 애기들 때문에..
2012. 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