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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상/발길 따라 거닐며

140517. 봄날의 전주를 좋아하세요?

by 玄月-隣 2014. 8. 4.

 봄날이라기보다는 여름날에 가까웠지만 아직 5월이니 봄이라 우기며, 대학 후배들을 만나러 전주로. 아침을 못 먹을 것 같아 우아하게 브런치를 함께 하려고 11시 약속을 제안했지만 결국 내가 제일 늦어버렸다는;;

 

 점심은 전주 아가씨가 소개하는 맛집으로. 오랜만에 먹는 함박스테이크는 어릴 때의 맛을 지우며, '전라도 음식=맛있는 것'이란 이미지를 더욱 굳혔다. 식후의 매실차도 푸딩도 자꾸 생각나는 맛.

 그리고는 누가 국어과 아니랄까봐 알라딘 중고서점으로 향했다. (이것으로 종로점, 부산점, 대전점에 이어 네 번째 도시를 찍음-_-/) 한참 물 만난 고기처럼 다들 취향에 따라 헤매다가 저마다 손에 봉투 하나씩 들고 집결. 생각해보니 난 택배도 하나 보냈... 아하하.



 고즈넉한 전통의 거리와는 한참 거리가 먼, 관광지로서의 한옥마을. 그래도 세 번만에 마침내 찾아간 완판본 문화관은 전시물을 하나하나 다 뜯어본 뒤에도 조용했다. 여기서도 역시 국어과 본능은 빛을 발했던ㅋ 심지어 나는 운세뽑기에서도 논어가 나와 그 질긴 운명에 슬퍼(?)하며 책갈피 지름 한가득.

 그리고 돌아나오는 길의 전주 향교. 화면으로 보진 않았지만 성스의 배경이랜다. 왠지 바로 납득이 가는 공간. 사람 키를 훌쩍 넘는 은행나무에서도 새싹이 돋아나는 것이 마냥 신기했던 곳이었지. 굉장히 단순한 구조였지만 지붕 모양은 특이했던 명륜당과(그런데 왜 내가 사진만 찍으면 수평면은 기우는 것인가ㅠ 타고난 삐딱이?!), 마구 놓인 돌들이 시원한 벤치를 대신하고 있던 향교 앞마당도 잊을 수 없는 장소.



 한옥마을 거리 곳곳을 수놓고 있던 간판과 조형물도 눈여겨 볼만한 것들. 생각해보면 지르기도 많이 했다. 무형문화재의 손길이 닿은 대추나무 빗, 여기저기의 책갈피와 엽서, 오랜만에 만난 공깃돌(이라기엔 너무 고급스러운!), 여름이 다가오면 더 유용할 손수건 등.

 그리고 전북대 미술 전시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학생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가장 맘에 들었던 건 그 공간 2층에서 바라보는 전주의 풍광이었지만.

 마지막은 빼놓을 수 없는 최명희 문학관. 보고 또 다시 봐도 질리지 않는 작은 공간이다. 한길사판 혼불을 한 권씩 모으며 다 읽은 뒤에 다시 간다면 좀 더 새롭겠지. 그러고 보면 벌써 대하소설을 읽은지도 오래됐구나. 시간 많고 공부는 싫던 고등학생 때가 절정기였는데.



 대전에 온 이후, 가까워서인지 해마다 한 번씩은 가게 되는 전주. 갈 때마다 매번 맘에 드는 친근한 도시. 앞으로도 오래도록 전주도 나도 지금처럼 나이 먹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