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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함께/밑줄 긋기

080701

by 玄月-隣 2014. 8. 10.

 우리는 함께 잠을 잘 수는 없다.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 하는 시간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사람들은 무엇이든지 함께할 수 있다. 함께 밥을 먹고 함께 걷고 함께 웃을 수 있다. 사랑도 함께한다. 그러나 우리는 함께 잠들 수는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섬이다. 물 위에 홀로 솟아오른 땅의 이름 그것이 섬이다. 우리는 혼자다. 그 무엇도 함께할 수 있지만 잠이 들 때는 각자로 돌아가 혼자여야 한다. 하나의 섬에서 다른 섬으로 가기 위해서는 뱃길이 필요하다. 섬은 움직일 수 없다. 배가 그들을 이어준다. 그러나 그 길은 물 위의 길이다. 지도에만 있는 길을 배는 오고 간다. 이내 사라지고 마는 물 위의 길, 뱃길은 그러므로 시간 속에서 아무런 영속성을 가지지 못한다.

 

- 한수산, <타인의 얼굴> 중에서


정현종의 <섬>을 생각나게 했던.

무언가 글이 되기 전의 발화들이 넘쳐나는데,

더 쓰자면 밤을 지내고 날려버려야 할 글이 될 것 같아서 여기까지만.

지금은 그저 42의 백업으로만 생각하자.


덧. 그런데 왜 하필 나오는 노래가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 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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