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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공부/시를 읽는 밤

고통의 축제 2 中에서(정현종)

by 玄月-隣 2014. 1. 15.
그림자가 더 무거워
머리 숙이고 가는 길
피에는 소금, 눈물에는 설탕을 치며
사람의 일들을 노래한다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일은
사람 사랑하는 일이어니

 

- <나는 별 아저씨>, 문지, 1995(재판)

 

시인의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일'에 문득 동의하고 만다.
짧지도 않은 교원대의 가을이 왜 이렇게 길기만 한지.
(08/10/18)

 

 아마 늘 그랬듯 스산한 가을날이었을 겁니다. 어쩌면 계절보다 마음이 더 시렸을 테지요. 그래서 치기어린 나이에 시인의 말에 동의를 했을 지도요. 물론 그 마음은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피에 소금을 친다면, 눈물에 설탕을 친다면 무슨 맛일까 하고요. 간간한, 그러면서도 끝에 쇠맛이 약간 감도는 피. 무색무취무미인 듯하지만 혀끝에 알게 모르게 아린 맛을 남기는 눈물. 피와 눈물도 없는 그림자가 무거울 정도면 대체 그 사람이 짊어지고 있는 무게는 얼마만한 것일까요. 곰곰이 되새겨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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