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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공부/고전시가

향가 (4) - 풍요

by 玄月-隣 2011. 12. 13.



來如來如來如          오다, 오다, 오다           온다 온다 온다.
來如哀反多羅          오다, 서럽더라!            온다 서러운 이 많아라.
哀反多矣徒良          서럽다, 우리들이여,          서러운 중생(衆生)의 무리여.
功德修叱如良來如        공덕(功德) 닦으라 오다.        공덕(功德) 닦으러 온다.
                     - 양주동 해독              - 김완진 해독


 양지 스님은 그분의 조상이나 고향을 자세히 알 수 없다. 다만 그분의 행적이 선덕왕 때 잠깐 보일 뿐이다. 스님이 석장 끝에 베주머니를 걸어 놓으면 그 지팡이가 저절로 날아가 보시하는 집에 가서 흔들어 소리를 내었다. 그 집에서 알고 공양미를 넣어 자루가 차면 석장이 날아 돌아왔으므로 그 절의 이름을 석장사라 했다. 신기함을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었다. 그 밖에도 여러가지 재주가 능통하여 신묘하기 비할 데 없었으며, 문장 또한 능숙하였다. 영묘사의 장육삼존, 천왕상과 전탑을 덮은 기와, 천왕사탑의 팔부신장, 법림사의 주불삼존과 좌우의 금강신이 모두 그가 만든 것이고, 영묘사, 법림사의 액자도 썼다. 또한 일찍이 벽독을 새겨서 조그마한 탑을 하나 만들고 불상 3천여 개를 만들어 그 탑에 봉안하여 절 안에 두고 예배했다. 영묘사 장육존상을 만들 때에는 스스로 마음을 모아 망상에서 벗어나는 경지로 대하며 불상을 빚었다. 이 때문에 장안의 남녀들이 다투어 진흙을 운반해 주었다. 풍요는 이러하다.
<풍요>
 지금도 그곳 사람들이 방아를 찧거나 무엇을 다지거나 하는 일에는 모두 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이는 그 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이 장육존상을 조성할 때의 경비로 곡식 2만 3천 7백석이 들었다. (혹은 도금할 때 든 비용이라 한다.) 논평하건대, 스님은 재주가 많고 덕이 충만한 대방가(大方家. 문장이나 학술이 뛰어난 사람)로서 한낱 지엽적 재주에 묻혀버린 사람이라 하겠다. 찬을 하자면, '공양 뒤면 석장 짚고 뜰에서 노닐고 / 고요하면 화롯불에 전단향을 피운다. / 경을 읽고 끝낸 뒤 다른 일 없어 / 불상을 조성하고 합장하여 우러른다.'

- 『삼국유사』 권4, 의해(義解), 양지사석


 <풍요>는 양지 스님의 이야기에 함께 실려 있지만, 지은이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는 노래입니다. 단지 양지 스님이 불상을 만들 때 사람들이 도와주며 부른 노래라고 하지요. 흙을 나르며 함께 불렀다는 점에서 <풍요>의 성격은 보통 '노동요'라고 봅니다. 이를 두고 박노준 선생은 반복되는 '오다'로 인해 당시에 불렸던 불교적인 민요가 노동요로 사용된 것으로 보지요. 특히 불사(佛事)에 참여하는 것과 마지막 줄의 '공덕 닦으러 오다'가 부합되는 것을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민요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는 4구체 향가답게 내용도 단순하고 별다른 설명도 없는 작품입니다. 배경 설화와의 관계 속에서 함께 읽으면 이해되지 못할 게 없지요. '서럽다'라는 언급은 내세(來世)에 대한 자각이라고 하고, '오다'는 내세지향적인 당대 신앙의 자세를 나타낸다고 하네요.

 아마 향가 중에서 설명까지도 가장 짧은 작품이겠네요. 잠시 쉬어가는 페이지 쯤 되겠습니다. 이 다음에는… 으음-_- 빨리 공부를 해야겠지요;;

+ Written by 玄月 at 2008/08/04 23:07
+ Commented by 아침의전령 at 2008/08/04 23:22 
 '來如來如來如' 때문에 처음 봤을 때 확 기억에 남은 작품이라죠. 도대체 이걸 어떻게 부른 거지(...)
+ Commented by 玄月 at 2008/08/04 23:58
 오히려 해석이 당대의 노래에 가깝겠지. 노동요는 원래 단순 반복이 많잖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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