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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공부/고전시가

향가 (3) - 혜성가

by 玄月-隣 2011. 12. 8.


舊理東尸汀叱
乾達婆矣遊鳥隱城叱肹良望良古
倭理叱軍置來叱多
烽燒邪隱邊也藪耶
三花矣岳音見腸烏尸聞古
月置八切爾數於將來尸波衣
道尸掃尸星利望良古
彗星也白反也人是有叱多
後句 達阿羅浮去伊叱等邪
此也友物北(*叱·比·甚?)所音叱彗叱只有叱故

예전 동해(東海) 물가 건달파(乾達婆)의          옛날 동(東)쪽 물가
논[遊] 성(城)을랑 바라보고                건달파(乾達婆)의 논 성(城)을랑 바라고,
'왜군(倭軍)도 왔다!'고                   왜군(倭軍)도 왔다.
봉화(烽火)를 든 변방(邊防)이 있어라!            횃불 올린 어여 수풀이여.
세 화랑의 산(山) 구경 오심을 듣고             세 화랑(花郞)의 산(山) 보신다는 말씀 듣고,
달도 부지런히 등불을 켜는데                달도 갈라 그어 잦아들려 하는데,
길 쓸 별을 바라보고                    길 쓸 별 바라고,
'혜성이여!' 사뢴 사람이 있구나!              혜성(彗星)이여 하고 사뢴 사람이 있다.
아으, 달은 저 아래로 떠갔더라.               아아, 달은 떠가 버렸더라.
이 보아, 무슨 혜성(彗星)이 있을꼬.              이에 어울릴 무슨 혜성(彗星)을 함께 하였습니까.
           - 양주동 해석                           - 김완진 해석


 제5 거열랑, 제6 실처랑(혹은 돌처랑이라고 함), 제7 보동랑 등 세 화랑의 무리들이 금강산에 유람하려 했다. 그런데 혜성이 심대성을 범하는 일이 생기자 낭도들은 의아하게 생각하고 가지 않으려 했다. 그 때 융천사가 노래를 지어 부르자 혜성의 변괴가 없어지고 때마침 일본의 군대도 되돌아가 도리어 복이 되었다. 대왕이 기뻐하여 낭도들을 금강산에 보내어 유람하게 하였다. 노래는 이러하다. <혜성가>

- 『삼국유사』 권5, 감통(感通), 융천사 혜성가


 <혜성가>는 기록에 남아있는 최초의 10구체 향가입니다. 연대는 진평왕 16년(594)이라고 하는데 『삼국사기』를 보면 진평왕 재위 54년간 혜성이 출현했다는 기록은 확인되지 않습니다. 대신 백제 위덕왕 조에 '장성이 출현하여 20일이 지나서 사라졌다.'(위덕왕 26년-진평왕 원년), '패성이 각항에 나타났다.'(위덕왕 41년-진평왕 16년)는 기록이 있다고 하지요. 또 헬리혜성의 76년 주기를 감안하면 진평왕 29년(607)년에도 혜성이 출현했을 것이니 재위 기간 중 최소 3번 혜성이 보였던 셈입니다. 그러나 그 전후 시기와 달리 진평왕대에는 일본병의 침략이 없다고 하네요. 『일본서기』를 보면 추고천황 11년(진평왕 23년-601년) 봄 2월에 대장군이 죽는 바람에 신라 정벌을 포기했고, 같은 해 7월에 새로 대장군이 된 이가 출항까지 했으나 처가 갑자기 죽어 군사를 거두었다고 합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일단 배경설화의 해석부터 의견이 분분합니다. 사실 '혜성의 출현이라는 변괴 - 노래에 의한 변괴의 제거 - 정상'이라는 향가 자체는 주술적인 성격을 띤 것으로 보았을 때 쉽게 이해할 수 있지요. 그러나 화랑의 산행과 일본병의 환국이라는 이야기가 중첩되어 당시의 상황이 어땠는지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견해가 있습니다. 먼저 설화를 그대로 인정하고 혜성 출현과 일본병의 등장이 동시에 일어났다고 보는 견해입니다. 그러나 일본병이 내침한 상태에서 화랑이 산행을 가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이를 비판하며, 일본의 침략이 예방되었다고 믿는 주술적 성격이 덧붙여진 서술이라는 견해가 있습니다. 또 하나는 혜성의 출현 자체가 가상의 현실이며 시가에 혜성이 등장하는 것은 혜성의 출현을 미리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는 견해고요. 남아 있는 기록으로는 글쎄,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일본서기』의 기록을 보면 일본의 침략이 예방되었다고 믿는 견해가 타당해보이지만 그건 또 연대가 안 맞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이 맥락에서 왜 융천사가 나왔는지도 의문이지요. 이와 유사하게, 하늘에 변괴가 나타난 상황에서 경덕왕이 인연 있는 스님을 찾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만난 사람이 월명사거든요. 하지만 융천사는 설화 속에서 정말 뜬금없이 이름만 내밀고 사라집니다. 혜성이 심대성을 범하는 것은 왕의 안위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니 - 심대성이 왕을 상징하는 별이라 하더군요 - 이름있는 고승이라서 미리 알고 손을 쓴 걸까요? 이 역시 모를 일입니다.

 향가 자체를 놓고 보면 둘째 줄이 논란의 중심에 있습니다. '건달파의유조은성(乾達婆矣遊鳥隱城)'에서 '건달파'는 범어 Gandharva를 한자로 옮긴 말입니다. 건달파, 즉 간다르바는 부처의 설법 자리에 나타나 불법(佛法)을 찬양하고 불교를 수호하는 천악신(天樂神)이라는데 불교 문헌에서 '건달파성(乾達婆城)'은 ① 음악을 담당한 귀신들이 사는 성 ② 신기루라고 하네요. ①처럼 볼 경우 이 구절은 '음악의 신인 건달파가 상주하는 동해변 어느 곳'이 되고 1-3줄 전체는 '왜군이 동해 물가 건달파의 논 성(금강산)을 탐내어 그곳을 향해 왜군이 왔다'는 식으로 해석됩니다. ②처럼 볼 경우는 조금 다르게- '동해 물가 건달파의 논 성, 즉 신기루를 사람들이 왜군이 온 것으로 착각했다'는 식으로 해석되지요.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둘 중 어느 쪽으로 해석해도 문맥이 매끄럽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군요. 아무래도 많이 접하지 못했던 작품인 만큼 익숙치 않아서 그러려니 생각합니다.

 전체적인 성격은 '종합적'이라는데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일단 일본병의 침입과 혜성의 출현이라는, 없어져야 할 현실에 대해 언어 주력으로 이를 성취했다고 보는 가창 동기면에서 주가(呪歌)라고 합니다. 그리고 안정을 되찾았다는 결과적인 면에서 치리가(治理歌)라고 하며 - 이는 진평왕이 지배체제를 재정립하는 과정에서 필요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지요 - 내용의 면에서는 화랑을 찬양하는 모습도 드러난다고요.

 설명은 주저리주저리 써 놨는데 역시나 가방끈이 짧아서-_-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듭니다. 쉬우면서 깊이가 있는 글을 쓰는 게 소원인데, 가능할까요ㅠ

 덧. '혜성'을 '길 쓸 별'이라고 하는 건 일종의 언어적 주술이라고 합니다. 길[道]을 쓸어주는 길(吉)한 별이라고 해서 혜성의 불길한 의미를 거세하고 길(吉)한 의미를 증폭시킨다네요.

 다시 덧. 개관부터 여기까지 따라오신 분이라면 풀 수 있는 문제'ㅁ' 지난 6월, 임용 모의고사에 나왔던 문제입니다.


 ①번부터 볼까요. ㈏에서 화자의 지극한 정성이라. 정성보다는 애초에 유희에 가까웠죠. 아니면 일종의 계략이던가. ㈐의 경우도 노래를 불러 변괴가 없어졌다면 청자가 아닌, 화자의 신통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②번은 어떤가요. ㈏를 일종의 참요로 본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실제로 선화공주와 서동의 통정도 노래 이후의 일이니까요. ㈐에서 혜성이 나타난 것 혹은 일본병이 침입한 것 어느 쪽이든 현재의 상황이라 본다면, 이는 일상에서 벗어난 위험 상황입니다. 그러므로 노래를 불러서 - 이미 ㈎에서 천지와 귀신을 감동시킨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라고 나오지요 - 이를 없애려고 한 것이지요.
 ③번에서 ㈏를 기대감으로 볼 수 있을까요? 소망이 성취된 상태를 원하겠지만 '기대감'은 나오지 않지요. 오히려 이미 이루어진 일처럼 얘기하고 있습니다. ㈐ 역시도 이변이 일어난 현실을 얘기하고 있지만, 어디에도 '불안감'은 보이지 않습니다.
 ④번은 저 역시도 헷갈리는데요 - 문제를 풀면서는 멋지게 틀렸다죠;; 사실 이 카테고리를 연 것도 이 문제에서 기인하는 바가 큽니다 - ㈏와 ㈐의 관계를 놓고 한참 고민했는데 앞뒤가 바뀐 것 같다는 정도로밖에 말하지 못하겠네요. 하긴, ㈐에서 말은 말이 아니라 행동을 만들었으니 말입니다.
 ⑤번은 굳이 살펴봐야 할까요. ㈏가 공간이라는 말도, ㈐가 시간이라는 말도 맞지 않습니다. ㈐의 경우 양주동 선생의 해석처럼 본다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이므로 답이 될 수 없지요.
 따라서 답은 ②번이 되겠습니다'ㅁ'/

+ Written by 玄月 at 2008/08/02 01:07
+ Commented by RLamiel at 2008/08/02 01:49
 혜성가를 오직 '혜성즐'이라고만 기억하는 전 국어교육과 희대의 막장일까요OTL
+ Commented by 玄月 at 2008/08/04 22:38
 그럴리가-_- 나도 같은 말을 외치고 싶다는;;;; 저건 몇 번을 봐도 익숙해지지가 않아. 저번 시험(6월 모의고사)에 나왔을 때도 완전 갈아버렸다고 OTUL
+ Commented by 아침의전령 at 2008/08/02 12:19 
 혜성가라는 것도 있었군요. 어, 분명히 이름은 어디선가 본 것 같....
+ Commented by 玄月 at 2008/08/04 22:39
 아마 향가를 분류하면서 봤겠지; 얜 정말 골치아파ㅠㅠ

 그리고 나는 이 시점까지도 향가를 놓지 못한 채 끙끙 앓고 있… 3년 지났는데 좀 나아지는 게 있어야지! 진짜 이젠 졸업 좀 하자(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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