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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상/보고 듣고 생각하고

140725. 여름, 경주 연수 마지막 날

by 玄月-隣 2014. 9. 26.

 오전 첫 강의가 음악이 있는 세계문화기행이기에, 나름대로 문화를 즐기기로 마음 먹고 출발. 불국사와 경주박물관을 호젓하게 돌아보려 했으나 대전 국어팀이 합류하는 바람에 총 인원 4명으로 출발.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석굴암. 다섯 달만에 가도 여전히 공사중. 멀리서만 봐서 더 아련한 걸까. 십여 년 전에 석굴암 복원과 관련된 논쟁을 관심 있게 봤었는데, 그 과정이 정리된 책이 최근에 나왔으니 챙겨봐야지. 
 그리고 석굴암에서 불국사로 내려오는 산책로야말로 이번에 발견한 가장 큰 수확. 매번 차를 타고 오갔으니 이런 길이 있을 줄은 몰랐다는! 삼십 분 가량 천천히 걸으며 얘기하던 시간을 두고 선배 샘들은 연수에서 가장 좋았다고 평하기도ㅋ 곳곳에 보이는 다람쥐들이 예뻤다.

 

 
 20년만에 찾은 불국사. 청운교 백운교 앞 운치는 사라졌지만-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한 다보탑은 참 예뻤다. 석가탑의 해체 후 복원과정을 보는 것도 좋았음!
 
 두어 시간의 관람을 마치고 돌아온 숙소. 미해결 과제인 박물관이 계속 마음을 어지럽혀서 결국 마지막 강의도 째기로ㅋ 혼자 호젓하게 박물관으로 향했다.
 상시 무료 개방으로 바뀐 경주박물관은 건물도 더 많아졌고 훨씬 잘 정리된 느낌이었다. 하긴 거의 20년이 다 되어가니 안 바뀐다면 그것도 이상하지.

 

 
 경주박물관에서 가장 돋보였던 건 큐레이터의 센스였다. 꽃모양 같던 반달돌칼에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떼 같았던 돌화살촉. 나란히 줄지어 가는 듯한 오리모양 토기도 귀여웠는데 미니어처 어쩔*_*! 이라고 생각했던 사리탑들. 

 

 

 그리고 눈길을 끌었던 유물들이다. 신라의 어원을 밝힌 설명문도, 신라의 미소라 불리는 수막새도, 교과서에서 자주 만났던 이차돈의 순교 장면도 반가웠음. 요즘 한참 유행하는 원석 팔찌의 원형인 듯한 유리 목걸이도 맘에 들었다. 오래된 미래, 라는 느낌이었달까.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 전시된 말 장식도 인상적으로 들어왔다.
 

 
 어느 순간부터 눈에 들어온 신라 토우. 예전에 중앙박물관에서 작은 전시를 할 때에도 눈을 뗄 수 없었는데- 단순하면서도 특징적인 그 형상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황금의 나라, 신라' 역시도 빠질 수 없는 특징. 어쩜 이렇게 섬세하게 세공할 수 있는지! (덤으로 요즘 드는 생각인데 저 금관과 허리띠를 다 하려면 대체 어느 정도의 덩치여야 할까-_-/)

 


 왠지 끌리는 막새기와도 잔뜩. 덩굴문 암막새 말고는 전부 수막새구만. 연꽃 모양도 도깨비/용 모양도, 가운데 딱 하나 있는 보상화문도(사실 연꽃 모양과 잘 구분을 못하겠다ㅠ) 다 맘에 든다. 볼 때마다 예전에 잃어버린, 그리고 더 이상은 팔지 않는 연화문 열쇠고리가 생각난다는 건 비밀;P

 

 
 비슷해 보이지만 이쪽은 두 번째 전시관인 불교미술관 속 유물들. 막새를 찍어냈던 틀, 유약을 발랐던 작은 기와들, 구멍이 있는 서까래 기와에 나란히 줄 서 있는 문 장식까지 넋을 잃고 바라보기에 충분했던 양이었다.
 

 

 이름에 걸맞게 불교미술관 속에는 불교 유물들이 가득했다. 청동으로 된 징은 고려시대의 작품. 두 손이 없지만 부드러운 선이 인상적이었던 약사여래상도 보기 좋았다. 불상과 보살상 이름들을 설명한 글도 좋았지만 - 전문 용어가 난무하던 예전에 비해 전반적으로 친절한 설명이었음! - 수인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예전에 수업 시간에 할 땐 실컷 졸아두고 이제 와서-_-;)이 자꾸 들었달까. 특이하게 사암으로 만든 불상도, 유난히 온화한 표정의 불두도 오래 남았다. 
 

 

 역시나 신기한(?) 유물들. 작은 크기의 금강역사상과 톱니모양의 도끼가 눈에 밟힌다. 
 
 … 두 개 전시관만 봤을 뿐인데 두 시간이 훌쩍. 아직 특별전시실과 외부 조각들은, 특히 성덕대왕 신종은 보지도 못했는데ㅠ 다음에 다시 올 날을 기약하며 이번 경주 연수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