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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상/보고 듣고 생각하고

140712. 미술관 투어

by 玄月-隣 2014. 9. 25.

 11시, 친구와 예술의 전당에서 도킹. 단 걸로 머리를 깨워야겠다 + 티켓팅할 때의 인파가 몰리면 구경은 무리다, 라는 이유로 한 시간 가량 카페에서 노닥노닥. 선택한 빵마다 충분히 달아서 만족스러웠던.


 

 2006년 덕수궁 이래 오랜만에 보는 뭉크. 특히 이번에는 대표작들이 온 단독전시이기도 해서 더 기대가 컸고. 석판화인 <절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키스> 연작은 클림트의 동명 그림과 구도가 같았지만, 뭉크만의 개성(음울함?!)이 잘 드러나 있었고. (이하 친구와의 품평.)

 - 가족들은 엄청 정성들여 그렸는데, 주위 사람들은 막 그린 듯ㅋ

 - 불안이라는 테마는 붉은 배경부터 조도 낮은 조명까지 큐레이터의 센스가 good.

 - 남성 작가들은 대체 여성을 어떤 존재로 보는 걸까? 돈 잘 버는 노는 언니(...)가 된다면 <죄>를 사서 걸어두고 싶다.

 - 말년 작품들이 너무 평화로워! 좀 더 불행했더라면(예술가 개인에겐 미안하지만) 더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 동선은 조금 산만한 편이었지만, 넓은 전시공간과 잘 어우러져 북적거린다는 느낌은 덜했음. 

 

 

 이어진 발걸음은 르누아르에서 데미안 허스트까지. 거장들의 작품을 한 번에 몰아볼 수 있던 기획전시였다.

 르누아르의 작품은 특유의 따스한 색감이 강점. 모네의 부드러운 빛 역시도 마음을 일렁이게 했다. 로댕의 청동 조각도 오랜만. 특히 <영원한 우상>과 <영원한 봄날>의 병치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 마티스는 좋아하는 말년 작품이 없어서 좀 아쉬웠음. 마치 귀면와를 닮은, 피카소의 <반수의 얼굴>도 인상적이었다. 이외에도 샤갈, 달리, 워홀, 리히텐슈타인 등등 20세기 미술책을 그대로 옮긴 듯한 호화로움!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설명에는 있던 로스코의 작품이 없다는 것 정도. 그리고 내 미감은 20세기 초중반에 머물러 있다는 것 확인(...) 


 이어서 또 하나의 목적지인 중앙박물관으로. 티켓팅하는데 번호표까지 같이 받아야 하는 건 오랜만이라 잠깐 멍- 기다리면서 부족한 카페인을 채웠다. 마침 박물관 앞마당에서 한국 대학생 연합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하고 있어서 기다리는데 지루하지도 않았고.

 

 

 오르세 미술관전은 그야 말로 빛의 향연. 특히 20세기 초반, 파리라는 도시가 가지고 있던 문화의 중심지로서의 화려함을 마음껏 느낄 수 있었다. 당대의 파리 풍경을 담아낸 뤼미에르 형제의 짧은 영상들과, 에펠탑 건설 전후의 사진도 인상적이었고. 다만 여기는 아트샵이 좀 별로. 유광 그림 엽서들이 전부 어둡게 나와서 차라리 무광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이촌역 맛집을 찾아! 블로그에서 추천받은 집을 찾으러 바로 길을 건넜다. 2층에 있던 작은 일식집. 심야식당처럼 동네의 작은 쉼터 느낌이었달까. 진한 국물이 일품이었던 나가사키 짬뽕과 상큼한 양념이 맛을 더했던 허브 치킨. 둘이서 감탄을 연발하며 먹다보니 어느새 바닥이 보이더라는. 

 

 너무 저녁을 잘 먹은터라, 슬슬 걷기 시작. 지하철 역 하나 정도 거리면 충분하겠지 싶어서 확인하는데 이수-동작 사이엔 한강이 있다...? 친절한 네이* 지도가 그래도 갈 수 있다고 알려줘서 믿고 가 보기로.


 

 한강시민공원 가는 길로 접어드니 어느새 동작대교 위로 올라와 있었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바라보는 한강의 시원한 풍광이란! 강을 건너는 지하철을 보며 손 흔들어 주고 싶다느니, 건너편에 압구정과 강남타워가 보인다느니, 63빌딩과 쌍둥이 빌딩이 신기하다느니 온갖 촌티를 내며 걷고 또 걷고. 아마 운전하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이상하게 보였으리라 생각하며 오늘의 여정 마무리. 

 

 인생의 경험치를 또 한번 올린 하루.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