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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공부/시를 읽는 밤

그늘(김영태)

by 玄月-隣 2014. 8. 5.

 나는 그의 그늘에 가서 그가 나를 멀리한 이후의 그늘 안의 그늘로 남아있었습니다 그의 살 속에 遮陽을 매달고 6년 동안 촛불을 켜놓고 살던 것도 지금은 희미해진 그의 몸 지도 위 나 쉬어가던 곳도 그늘에 묻히고 말았습니다 지팡이 짚고 모자 쓰고 넉넉한 옷 가을 같은 옷 입고 지도도 필요 없이


 가끔, 아주 가끔 나 살던 집을 찾아갔었는데

 

- <그늘 반 근>, 문지, 2000

 

'아주 가끔' 찾아간 '나 살던 집'은

그 언젠가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고

'가엾은 내 사랑'만이 갇혀 있는 빈집이었겠지요.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나면

그늘을 '반 근' 정도로, 적당하다 말할 수 있을까요. (10/08/28)

 

4년만에 시집을 새로 잡았습니다. '그' 문지 200번대 시집들을요.

그 동안 바뀐 것들을 돌아봅니다. 적막한 연구실에서 번잡한 교무실로. 매달 통장에 들어오는 돈만큼 피로해지는 마음.


그래서 가끔 그리워지는 걸까요?

'가끔, 아주 가끔 나 살던 집을 찾아'가고 싶습니다.

그 집이 아무도 없는 집, 이제 폐허가 된 집이라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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