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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하루/창체활동

BOOK積BOOK適 - 독서진로동아리의 토요일

by 玄月-隣 2014. 3. 4.

Intro.
 올해 처음으로 도서관 업무를 맡았다. 중학교 수준에서는 제법 큰 단위의 돈과 관련되고, 못하면 바로 표시나지만 잘해도 별로 드러나지 않는, 게다가 시간을 제법 잡아먹는 일들이라 많은 선생님들이 기피하는 업무라는 도서

관. 하지만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을 돌아보면 자주 찾아가서 활동을 하던 낯익은 장소였다. 학교가 큰 편이라 도서관이 별도의 업무로 분리된 것도, 전임 선생님이 터를 잘 잡아두어 운영하기 편했던 것도 주어진 혜택이었고.
 3월에 공문을 확인하며 가장 먼저 했던 일은 독서진로동아리 신청이었다. 가깝게는 대전문화연대의 청소년 독서 활동들, 멀리는 코엑스의 서울국제도서전, 홍대 앞의 와우북 페스티벌, 파주출판단지의 파주북소리까지 아이들과 하고 싶은 일은 많았는데 움직이려면 역시 예산 문제가 걸렸기 때문이다. 이미 선발된,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으므로 동아리의 구성은 어렵지 않았고 꼭 해보고 싶었던 몇 가지의 활동으로 계획서를 작성하고 예산을 받았다.

 

1. 책, 사람 그리고 미래를 꿈꾸는 서울국제도서전
 서울에 있는 많은 도서전들 중 개인적으로는 홍대 앞의 와우북 페스티벌을 가장 좋아한다. 문지나 마음산책처럼 홍대에 자리 잡고 있는 좋은 출판사들을 유일하게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부스가 작은 만큼 출판인들과의 만남이 훨씬 용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아이들을 데려가려고 기획하다보니 공간의 문제가 걸렸다. 분명 책을 보면 나부터 신나게 돌아다닐 텐데 개방된 공간에서 아이들을 제대로 인솔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면대면이 용이한 작은 부스이지만 서른 명이 넘는 인원이 한꺼번에 움직이기는 불편함, 주차공간의 협소함까지. 그래서 대안으로 생각한 것이 서울국제도서전이다. 95년 규모를 확장한 이래 매년 안정적으로 개최되고 있으며, 접근성 및 인솔도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준비 과정에서 평소에 독서교육에 관심이 많던, 어머니 독서동아리의 도움을 빌렸다. 2학기 창체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예산상의 협조를 구했으며, 또한 어머니와 함께 움직이는 아이들도 있었고 국어 선생님 두 분 또한 참여 의사를 밝혀서 학생들 인솔이 좀 더 수월했다.

 참가자 명단을 확정하여 체험활동 승인을 받고, 전체 인원을 사전등록한 뒤(서울국제도서전의 경우 반드시 사전등록을 해야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다) 구체적인 활동들을 계획해보았다. 명색이 독서진로동아리인 만큼 독서와 진로 양쪽을 다 포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단순히 보고 오는 체험이 아닌, 스스로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총 두 장의 활동지를 구성하게 되었다. 한 장은 국제도서전 안에서 만난 사람을 인터뷰하여 현재의 직업 및 경력을 간단하게 확인하고 ①직업을 갖게 된 동기, ②구체적인 하는 일, ③그 직업을 위해 필요한 것(재능이나 자격증 등)을 조사하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독서진로동아리 예산 중 학생들이 ‘내가 꿈꾸는 나의 미래’에 대해 쓴 내용을 바탕으로 책을 고르면 검토한 뒤 구입하여 선정자의 이름으로 기증하는 것과 활동을 마친 뒤 간단한 소감을 작성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의 활동지를 받아보니 출판사 편집부뿐 아니라 현장에 있던 문창과 대학생, 역사교사, 수입상, 일러스트레이터 등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에 대해 조사하여 더 많은 직업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해서 나름 뿌듯했다. 아이들 또한 활동이 전년보다 많다며 안 가는 애들이 부럽다고 하다가 자신들의 이름을 단 책이 학교 도서관에 남아 있다는 점에서 스스로도 자부심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서울국제도서전을 참가한 개인의 입장에서는 몇 가지 짚어볼 부분도 있었다. 우선 큰 출판 그룹의 부스 이외에 좋은 책이 나오는 작은 출판사들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또한 2년째 가고 있는 동아리원들과도 같은 의견이었는데, 해가 갈수록 북아트 등 작은 기획 전시에 대한 내용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었다. 작가와의 만남도 인원이 한정되어 있어서 단체의 경우 들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던 것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에서 보기 힘든 대규모의 도서 관련 전시였고, 행사의 성격은 조금씩 바뀌고 있지만 그 속에서 아이들이 책을 사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교사로서의 나는 만족하고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서울국제도서전을 말하면서는 사후 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아이들의 사진 및 제출한 활동지의 내용을 바탕으로 교내 동아리 활동 시간에 신문을 제작해보았다. 국제도서전의 성격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과 스트레이트 기사, 회상 형식의 피처 기사, 직업 인터뷰 및 도서전에서 그려본 진로 지도까지 편집용 컴퓨터의 부재로 쉽지만은 않았지만, 아이들과 하나의 활동을 마무리짓는 결과물을 만들었다는 것에 의미를 두었다.


Bridge.
 학기말을 지나며 나도 아이들도 에너지 방전. 방학 때 인문학 특강 프로그램을 알아보다가 쉬고 싶어 하는 동아리원들의 뜻을 존중하여 방학은 휴식기로 보냈다.
 2학기가 시작되자마자 교내 동아리 활동 시간에 <기이한 책장수 조신선>과 관련된 신문을 만들었다. 그 다음 주에 저자와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구성만 보면 그림책에 가깝지만, 학생들이 흥미를 가질 요소들과 조선시대 책과 서적상에 대한 설명이 잘 어우러져 있어서 1~3학년 모두 관심을 갖고 책을 읽어나갔다. 그리고 9월 2일, 출판사의 도움으로 <기이한 책장수 조신선>의 정창권 작가님을 모시고 문화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에 대한 특강을 들을 수 있었다. 역시 초보 교사라 진행 면에서 미숙한 모습을 보였지만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열정적인 호응 덕에 무사히 행사를 마무리 지었다.

 

2. 인간과 자연, 문화와 산업이 잘 어우러진 파주출판단지

 2학기, 여전히 가지 못할 와우북페는 내 마음을 흔들고… 대안으로 생각해본 것이 문학기행 혹은 파주출판단지의 파주북소리였다. 하지만 학교의 여러 일정으로 시간이 나지 않아 보류하고, 하자센터의 직업 체험과 파주출판단지 자율 견학 중 아이들의 의견을 수렴해보았다. 전자도 좋은 기회라 생각했는데 책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는지 파주에 가겠다는 의견이 조금 더 많아서 아이들과 잡은 날짜가 11월 16일. 역시나 그냥 놀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아이들에게 미션을 제시했다. 건축가들의 의지가 담긴 계획도시인 만큼 마음에 드는 건축물에서 인증샷 찍기와 책을 주제로 한 컨셉사진 찍기. 개인으로 혹은 그룹으로 다양한 장소에서 사진을 찍었고, 모두의 사진을 모아보며 미처 다 가지 못한 출판단지의 모습을 함께 살펴보았다. 파주에서도 어머니 독서동아리와 또 다른 두 분의 국어 선생님이 함께 인솔해주셔서 먼 길이었지만 무사히 다녀올 수 있었다.
 개인 활동으로 들어가기 전, 먼저 들렀던 곳은 활판공방. 사라진 줄 알았던 납활자와 프레스기를 이용한 활판 인쇄가 이루어지고 있는 공간이었다. 안내 선생님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공방의 이모저모를 둘러보았다. 역시 아이들의 눈길을 끈 건 다양한 크기의 활자들. 현재의 종이와 다른, 천 년을 간다는 한지도 사람의 손이 간다는 걸 느낄 수 있는 프레스기도 처음 보는 아이들에게는 신기하기만한 물건들이었다. 직접 찍은 활판인쇄본 윤동주의 서시를 한 장씩 추억으로 간직하고 돌아 나왔다.
 점심을 먹고는 미션을 포함한 자유 시간. 생각했던 것보다 날씨가 춥지 않아 다행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예전에 내가 왔을 땐 어린이 책잔치 기간이었다는 것. 주말에다가 다른 행사가 없는 터라 나 역시도 계획했던 출판사 중 몇 군데는 들어가지 못했다. 그러니 초행길에 지도를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르는 아이들은 오죽했을까. 나중에 소감문을 받아보니 다양한 종류의 책을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다는 것과 자연 경관과 건물이 잘 어우러져 걷고 싶은 공간이었다는 것은 장점으로, 반면 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았다는 것은 단점으로 꼽혔다.
 실제로 이번 체험을 돌아보면 자유 관람을 계획하고 나서야 해설사가 딸린 산책 코스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무지가 가져온 실수. 또한 인터넷 상으로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한길사, 창비 등 큰 규모의 출판사들은 자체적으로 체험학습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었다. 올해의 자료가 있으니 다음번에는 더 내실 있게 다녀갈 수 있지 않을까? 축제 기간에 방문할 수 있다면 좀 더 볼거리 즐길거리가 풍부하겠다는 생각, 그리고 거리가 멀기 때문에 1박 2일 코스를 잡아 인근의 헤이리 문화체험과 임진각에서의 역사체험까지 할 수 있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Outro.
 한 해를 마무리 지으며 크게 진행했던 행사들을 정리해보니, 허투루 시간을 보내지는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 마음이 간사한 게, 이런저런 일을 실제 추진할 때는 기안에 품의에 손가는 일이 많아서 내가 두 번은 안 한다며 투덜거렸지만 지나고 보니 그래도 괜찮았구나 하는 나름의 뿌듯함도 있다. 물론 이는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과의 호흡이 잘 맞았고, 아이들의 소감에서도 외부 체험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기 때문이지만.
 그러다보니 살짝 내년도에 대한 욕심도 생긴다. 큰 목표는 두 가지. 독후활동의 내실화와 문학기행. 요즘 애들에 맞춰서 대외적인 체험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독서동아리라면 책과 관련된 스스로의 경험을 심화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며, 그 배경이 되는 곳을 직접 다녀보고, 결과물을 공동으로 혹은 개별 북아트로 남기고. 계획을 잘 세우고 1년간 진행한다면 아이들한테도 나한테도 올해보다 더 알찬 한 해가 되지 않을까. 그렇게 책을 쌓아, 책에 도달하는[BOOK積 BOOK適] 경험이 뿌리가 되어 아이들의 꿈에 날개를 달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