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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공부/고전시가

상대시가 (2) - 공무도하가

by 玄月-隣 2011. 11. 28.
公無渡河 (공무도하)     : 임이시여, 그 물을 건너지 마오
公竟渡河 (공경도하)     : 임은 기어이 건너시고 말았네
墮河而死 (타하이사)     : 오오! 임은 물에 빠져 돌아가셨네
當奈公何 (당내공하)     : 임이시여 임이시여, 어이할꼬

 공후인은 조선 땅 뱃사공 곽리자고의 아내 여옥이 지었다. 어느 날 곽리자고가 새벽에 일어나서 배를 손질하고 있었다. 그때에 머리가 흰 미치광이 하나가 머리를 풀어 헤친 채 술병을 끼고 거센 물결 속으로 뛰어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뒤에는 미치광이의 아내가 쫓아오면서 그를 붙잡으려 했으나 결국 미치지 못해서 남편은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이때 그의 아내는 공후라는 악기를 타며 공무도하(公無渡河)의 노래를 불렀다. 그 노래는 매우 구슬펐다. 노래를 마친 아내도 남편을 따라서 물에 몸을 던져 자결하였다. 이러한 비극을 직접 본 뱃사공 자고는 이 사실과 그 노래를 아내인 여옥에게 전했더니, 여옥도 감격하여 공후를 끌어안고 그 노래를 불렀고, 뿐만 아니라 이웃에 사는 친구 여용에게도 가르쳐 주었다. 그 노래의 이름을 공후인이라 하였다.
- 『고금주(古今注)』 권 中, 음악 제3

 <공후인>이라고도 불리는 <공무도하가>입니다. 배경 설화에서 보듯이 '노래의 이름'은 <공후인>이지만 이는 악곡의 명칭이므로, 문학에서 얘기할 때는 첫 줄을 따서 <공무도하가>라고 하는 경우가 많지요.

 이 시 역시도 해석의 쟁점은 몇 가지로 나뉩니다. 중국 측의 문헌에 실려 전하는 노래라 그런지 국적 문제부터 시작해서 누가 언제 만들었느냐까지 꽤나 구구한 얘기들이 많이 붙어 있습니다만, 배경 설화의 일부분으로 존재하는 (즉 서사적인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되는) 극적독백체 형식의 민요라고 배웠지요. 민요라고 하지만 누구라도 '임을 잃는다'는 상황 속에 자신의 감정을 실을 수 있는, 다시 말하자면 정서적 공감이 가능하기 때문에 서정시의 단초라고 한다고요.

 해석과 관련해서는 김학성 선생의 견해를 눈여겨볼만 합니다. 백수광부를 미숙련된 무부(巫夫)로 보면서, 그가 죽는다는 것은 주술적 세계가 약화되고 현실적 세계로 넘어오게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부연하자면 더 이상 무당의 신성한 주술이 그 사회의 정신적 지주로서 충분히 그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된 신화시대 말기의 사회상을 반영한다면서 <공무도하가>의 비극적인 정조는 이러한 신화적 질서의 파탄으로 말미암은 것이라고요. 성기옥 선생은 이 시에서 서정시 발생을 엿볼 수 있다며 '서정시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자아의 동일성 상실 문제가 처음으로 문학사에 대두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의의로 보고 있습니다. 더 이상 세계와 자아의 동일성이 이루어지기 힘든 시기, 둘 사이의 고민과 조화를 모색하는 것이 문학이라고요.

 중고등학교 시절엔 이와는 조금 다른 형태로 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세 번 반복되는 '물(河)'이 각각 사랑, 이별, 죽음을 상징한다든가 마지막 행의 체념적 성격은 <처용가>나 <청산별곡> 끝에서 보이는 체념과 한의 원류가 된다든가 하는 내용들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보니 첫 행의 물이 '충만한 사랑'을 얘기한다는 건 딱히 와닿지 않네요. 오히려 전체 시가사의 맥락에서 비교하는 게 훨씬 알아보기 쉽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걸 가르친다라는 건 또 조금 다른 문제니- 늘 그렇듯 고민을 좀 더 해봐야겠다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네요.


+ Written by 玄月 at 2008/07/20 14:43
+ Commented by 하늘바다 at 2008/07/20 18:12
 국문시가 연재하는 거야?+_+ 난 '공무도하가' 읽을 때마다 백수광부의 처가 얼마나 어이 없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꼭 아내 말 안 듣고 청개구리 같은 짓만 골라하는 남편을 대상으로 하는 노래 같은 느낌ㅋㅋ
+ Commented by 玄月 at 2008/07/20 20:09
 국문시가 연재라니 뭔가 좀 민망ㅋ 배운 거 정리하려고. 혼자 알고 있기는 아깝잖냐. 그리고 원래 목표는 국어학까지 아우르는 거지만 - 박형우 쌤에게서 배운 직강(…) 내용이 올라갈 예정인데 게으름과 귀찮음으로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다는;;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아내 말을 잘 들어야 잘 산다는 거? 푸하하. 그거 그럴 듯하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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