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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공부/고전시가

상대시가 (1) - 구지가

by 玄月-隣 2011. 11. 26.

 龜何龜何 (구하구하)      : 거북아 거북아  - 호명
 首其現也 (수기현야)      : 머리를 내밀어라 - 명령
 若不現也 (약불현야)      : 내어 놓지 않으면  - 가정
 燔灼而喫也 (번작이끽야)    : 구워서 먹겠다  - 위협

 <구지가(龜旨歌)>는 세계와 자아의 동일성이 당연시되던 시대의 노래입니다. 『삼국유사』 가락국기의 문맥을 보면, 그야말로 여러 사람의 입은 쇠도 녹인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나 할까요. 환상문학에서 얘기하는 '언령'과도 같다고 볼 수 있지요. 기우나 풍요를 기원하는 노래를 여럿이서 함께 부르는 집단주술의 형태로 보여주는 것이 '구지가'입니다. 이는 영고, 무천, 동맹 등의 국중대회에서 보이는 집단적 제의로서의 공동체적 성격, 풍요제의로서의 주술-종교적 성격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이처럼 풍요를 기원하던 노래는 고대국가의 형성과 더불어 건국신화와 결합하고, 왕을 맞이하는 노래가 되지요.

 옛 노래가 대부분 그렇듯, 이 짧은 노래도 해석은 꽤나 구구합니다. 일단 중심이 되는 거북이부터가 논란이 되지요. '龜'를 이두로 보아 '거머, 가메', 즉 '검(神)'으로 보는 쪽도 있고, 집단의 토템으로 보는 쪽도 있으며, 신령스러운 것과 외관상의 유사성을 들어서 남근의 형상화라고 보는 쪽도 있지요. 이에 따라 두번째 행의 해석도 달라집니다. '首'를 '마리, 마루'로 읽어 산마루로 해석한 뒤 신에게 구지봉을 내어놓고 가라고 해석하는가 하면 '首'를 군주로 보고 왕의 출현을 바라는 주술집단의 소망을 요구한다고도 봅니다. 후자는 아기가 나올 때 보통 머리부터 나온다는 점에 착안하여 출산제의와도 관련이 있다고 보는 쪽도 있고요.

 해석에 따라 성격도 여러 가지로 나올 수 있지만, 영신제의이자 출산제의라는 이중적 의미를 가진 집단제의에서 불려졌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장차 그들의 통치자로 내정된 아이가 정상적으로 태어나기를 바라는 거라고요. 그리고 그가 정상적으로 태어남에 따라 현실적인 불안은 주술의 힘에 의해 극복된다, 즉 이상이 현실과 갈등 없이 행복하게 조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것은 신화적 질서의 세계에서만 가능한 것이라고요.

 하지만 이와 같은 행복한 동일시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자아와 세계는 분열하게 되며 둘은 갈등을 일으키게 되지요. <구지가> 이후에 나오게 되는 상대시가(고대가요)를 보면 이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Written by 玄月 at 2008/07/19 19:54
+ Commented by 아침의전령 at 2008/07/19 21:18 
 번작이'끽'야는 입에 붙어버렸음니다(...)
다음엔 황조가를 기대할게요. ㅎㅎ
+ Commented by 玄月 at 2008/07/20 14:19
 국문학사의 순서에 따르자면 공무도하가가 황조가보다 먼저'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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