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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공부/고전시가

향가 (10) - 안민가·찬기파랑가

by 玄月-隣 2012. 2. 24.


君隱父也
臣隱愛賜尸母史也
民焉狂尸恨阿孩古爲賜尸知
民是愛尸知古如
窟理叱大肹生以支所音物生
此肹喰惡攴治良羅
此地肹捨遺只於冬是去於丁爲尸知
默惡攴持以攴知古如
後句 君如臣多支民隱如爲內尸等焉
國惡太平恨音叱如
<안민가>

「君은 아버지요                     君은 아비요
臣은 사랑하실 어머니요                 臣은 사랑하시는 어미요,
民은 어린 아이로고!」 하실지면,             民은 어리석은 아이라고
民이 사랑을 알리이다.                   하실진대 民이 사랑을 알리라.
꾸물거리며 살손 物生이                 大衆을 살리기에 익숙해져 있기에
이를 먹어 다스려져                   이를 먹여 다스릴러라.
「이 땅을 버리고 어디 가려!」 할지면,           이 땅을 버리고 어디로 가겠는가
나라 안이 유지될 줄 알리이다.              할진대 나라 保全할 것을 알리라.
아으, 君답게, 臣답게, 民답게 할지면,           아아, 君답게 臣답게 民답게
나라 안이 태평하니이다.                  한다면 나라가 太平을 持續하느니라.
           - 양주동 해독                    - 김완진 해독

咽嗚爾處米
露曉邪隱月羅理
白雲音逐于浮去隱安攴下
沙是八陵隱汀理也中
耆郞矣皃史是史藪邪
逸烏川理叱碩惡希
郞也持以攴如賜烏隱
心未際叱肹逐內良齊
阿耶栢史叱枝次高攴好
雪是毛冬乃乎尸花判也
<찬기파랑가>

「열치매                        흐느끼며 바라보매
나타난 달이                        이슬 밝힌 달이
흰 구름 좇아 떠감이 아니야?」               흰 구름 따라 떠간 언저리에
「새파란 내[川]에                     모래 가른 물가에
耆郞의 모양이 있어라!                  耆郞의 모습이올시 수풀이여.
이로 냇가 조약에                     逸烏내 자갈 벌에서
郞의 지니시던                       郞이 지니시던
'마음의 끝'을 좇과저」                   마음의 갓을 쫓고 있노라.
아으, 잣[柏] 가지 드높아                  잣나무 가지가 높아
서리를 모르올 花郞長이여!                눈이라도 덮지 못할 고깔이여.
       - 양주동 해독                      - 김완진 해독

 경덕왕이 재위한 24년에 오악(五岳)과 삼산(三山)의 신(神)들이 때때로 궁전 뜰에 나타나 왕을 모시기도 하였다. 어느 해 3월 삼짇날에 왕이 귀정문 문루에 행차하셔서 좌우의 신하에게 말하기를
 "누가 나가서 영복한 스님 한 분을 모셔올 수 있겠느냐?"
고 하였다. 그 때 마침 큰스님 한 분이 위풍이 정결하고 당당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좌우 신하들이 그 분을 모셔다 뵙게 하였다. 왕은
 "내가 말하는 영복한 스님이 아니다."
하고 돌려 보냈다. 다시 한 스님이 헤진 장삼을 입고 앵통을 짊어지고 남쪽으로부터 오고 있었다. 왕은 기뻐하며 문루 위로 맞아들이고, 통 속을 살펴보니 차 달이는 기구를 담았을 뿐이었다. 왕이
 "네가 누구냐?"
고 묻자, 그는
 "충담입니다."
하였다. 왕이
 "어디서 오는 길인가?"
하니, 충담은
 "소승은 매년 3월 3일과 9월 9일이면 차를 달여서 남산 삼화령 미륵세존께 공양하는데 오늘도 벌써 차를 드리고 돌아오는 길입니다."
고 하였다. 왕이
 "과인에게도 차 한 잔을 줄 수 있느냐?"
하고 물으니 곧 차를 달여 드렸는데, 차 맛이 특이하고 그릇에서도 특이한 향기가 풍겼다. 왕은
 "짐이 듣건대 대사가 기파랑을 기려서 사뇌가를 지었고 그 뜻이 매우 고상하다 하는데 과연 그러한가?"
하고 묻자, 충담사는
 "그렇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왕이 말하기를
 "그렇다면 짐을 위하여 백성을 편안하게 다스리는 노래를 짓도록 하라."
하니 충담사는 곧 칙명을 받들어 노래를 지어 바쳤다. 왕은 이를 가상히 여겨 왕사를 봉하려 하였으나 재배하며 굳이 사양하고 받지 않았다. 안민가는 이러하다.
<안민가>
 찬기파랑가는 이렇다.
<찬기파랑가>

- 『삼국유사』권2, 기이(紀異), 경덕왕 충담사


 이 뒤로는 『삼국유사』에 경덕왕과 차대 혜공왕, 그리고 표훈대덕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그래서 사실은 '경덕왕 충담사·표훈대덕' 조(條)이지만 뒷내용은 살짝 빼버렸지요^^; 어쨌든, 충담사 역시 두 편의 향가를 지은 것으로 원문 기록에 남아있습니다.

 먼저 <안민가>부터 살펴볼까요. <안민가>는 기본적으로 치리가(治理歌)입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이치를 밝힌 교술적 성격의 노래이며, 당대의 정치 상황을 드러내는 정치적 노래이기도 하지요.
 처음에는 비유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임금은 아버지, 신하는 어머니, 백성은 아이들. 이들이 제대로 자리를 잡아야 정치가 제대로 된다는 뜻을 밝히고 있지요. 당대 왕당파와 비왕당파의 권력다툼으로 나라가 혼란스러웠다고 하는데 - 월명사의 향가 부분에서 '두 개의 해' 역시 정치적 혼란을 나타낸다고 하지요. - 이러한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네요. 그리고 두 번째, 5-8행에서 경제적 위기의 측면을 말하고 있습니다. 백성을 먹여 다스린다는, 즉 항산(恒産)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이 부분에는 경덕왕 말년, 재난이 심해서 백성들이 끼니도 잇기 힘들었던 모습이 보입니다. 특히 '이 땅을 버리고 어디로 가겠는가', 즉 절박한 의식을 가지고 대처한다면 나라가 유지될 것이란 표현은 그 위기감의 정도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지요.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논어』 <안연편>의 '君君臣臣父父子子'를 원용하며 각자 직분을 다할 것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찬기파랑가>. 배경 설화를 보면 왕에게까지, 다시 말해 그만큼 널리 <찬기파랑가>가 알려졌음을 알 수 있지요. <찬기파랑가>는 <보현시원가>와 함께 향가 어석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답니다. 한시와 함께 실린 <보현시왕가>와는 달리 연구자들마다 편차가 큰 <찬기파랑가>가 어떻게 그런 위치에 놓일 수 있는지 여쭤보니 11분절로 '끊어읽기'가 명료하다네요. 그런데 어떻게 읽든 간에 10구체 향가의 기본 해독인 4-4-2와는 맞지 않습니다. 그게 여전히 이견이 남아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양주동 선생의 해독은 3-5-2로 끊어읽기가 가능합니다. 특히 대화체로 이루어진다는 게 이색적이지요. 1-3행의 '달'은 기파랑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아무나 범접할 수 없는 고결한 존재임을 드러내지요. 창문을 열어젖히며 나타난 달이 흰 구름을 좇아 떠가는 것이 아니냐고 물으며, 기파랑이 곁에 없는 상황을 암시적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달의 응답이 이어집니다. 새파란 냇가에 기랑의 모습이 있다고 하고 있지요. 이 냇가는 또한 지워버릴 수 없는 청사(靑史)를 의미합니다. 화자에게서 기파랑이 사라질 수 없다는 뜻이지요. 그러면서 냇가 조약에 기파랑이 지녔던 '마음의 끝'을 좇고자 한다고 말을 하네요. 이 조약돌은 보잘 것 없는 존재, 즉 화자 자신을 뜻하는 걸로 보아 자기 다짐이라고 해석을 하는 한편, 원만하고 강직한 기파랑으로 보아 고매한 인격의 일부라도 닮고 싶다는 뜻으로도 해석을 합니다. 마지막 9-10행은 화자의 독백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잣가지가 높아 서리 - 시련을 모를 화랑의 우두머리, 기파랑의 고고한 인품을 찬미하고 있습니다.
 반면 김완진 선생의 해독은 5-3-2로 끊어읽기가 가능합니다. 흐느끼며 바라보니, 달빛에 반짝이는 이슬이 흰 구름 따라 떠 간 언저리의 물가, 기랑의 모습을 닮은 수풀이 있지요. 그 이슬이 풀잎 끝에 맺혔는지 눈가에 맺혔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화자는 일오라는 냇가의 자갈 벌에서 기파랑이 지녔던 마음의 갓을 쫓고 있습니다. 분명 화자와 기파랑의 특별한 추억이 있는 곳이었겠지요. 그러면서 잣나무 가지가 높아서 눈이라도 덮지 못한 고깔을 예찬합니다.
 뭐, 어떤 해석을 따르던 간에 달과 구름, 잣과 서리의 대립적인 이미지를 구사하여 기파랑의 고매한 인격을 절대적이고 초월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디든 흔히 화랑이라고 하면 생각하는 패기나 용맹 등 무사적인 요소는 거의 보이지 않지요. 아마 삼국통일 이후, 화랑 집단의 세력이 쇠퇴한 뒤에 정신적인 괴로움을 노래할 수밖에 없는 당시의 상황을 말하고 있는 것이리라 생각됩니다. 전성기를 지난 늙은 장군 - 기파랑의 '기(耆)'자는 '늙은이', 한글 사전을 보면 예순이나 일흔 이상의 늙은이라고 하고 있네요. - 의 모습이 '달'의 해석과 관련지어서 고결하게 혹은 비통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별다른 흔적도 없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린 화랑도 전체의 모습이 나이든 기파랑의 얼굴과 겹쳐지면서 입맛이 씁쓸해지더군요.

 무언가 내용이 간단한 듯한데, 웬만큼 할 얘기는 다 했으니- 이젠 또 다음으로'ㅁ'/ 경덕왕대의 기록에 나오는 마지막 향가를 다룰 차례입니다:) 스터디원들한테도 얼음집을 공개했으니까 더 열심히 해야죠. 대학원 입학 전까지는 그래도 고전시가 한 번 쯤 훑어보고 가야 되지 않겠어요^^;

+ Written by 玄月 at 2008/11/25 00:48
+ Commented by 아침의전령 at 2008/11/25 23:13 
 안민가는 정말 정말 좋아해요>_<
 멋대로 노블리스 오블리제(...)로 해석하고 있지만- 뭐랄까, '이 땅을 버리고 어디로 갈까' 하는 말을 할 정도로 안정적인 상황은 정말정말 부럽달까요─ <보수주의자(...)
+ Commented by 玄月 at 2008/11/27 01:00
 충담사가 국가 지도자 쯤에 있으면 모를까, 헤진 장삼을 입은 거지꼴(…)인데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좀;; 글쎄, 난 이상하게 <안민가>에는 정이 안 가더라. 역시 <헌화가>나 <처용가>쯤 되어야- 흠흠. 여튼, 그렇다고. 아하하.
+ Commented by Jeff at 2008/11/29 00:14 
 현월 님 안녕하시지요?
 안민가를 이글루스 상황에 맞게 패러디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 방명록 기능을 하는 포스트를 찾다가 부득이 여기에 댓글 남깁니다.
 티스토리 주소는 suffering-pearls.tistory.com 입니다. 현월 님 글 자주 뵙길 바랄게요.
+ Commented by 레몬천재 at 2008/12/17 13:01 
 오- 벌써 열번째ㅋㅋ
 언니 근데 간만에 참사랑을 가보니; 3차준비도 만만찮을듯?ㅠ 교과서를 아예 파야 할 듯 한뎅? 우짜지...ㅠ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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