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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함께/책 읽기 책 일기

[책] 보름동안 만났던.

by 玄月-隣 2012. 1. 15.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열흘 간격이 보름 간격으로 벌어졌다. 이건 놓치면 안 돼ㅠ

고미숙(2008), 이 영화를 보라, 그린비
고미숙(2007), 호모 쿵푸스, 그린비
 <이 영화를 보라>는 영화 관련 책들 중 가장 좋아하는 책. 다른 이유가 아니라 다 내가 본 영화들을 다루고 있으니까(…) 한국 영화를 편식하는 취향이 여기서 드러난다는. 어쨌든 수업 시간에 배웠던, 리얼리즘의 관점에서 이창동의 영화를 본다는 것을 재확인할 수도 있었고 '근대'의 틀 분석이 재밌었다는. 덕분에 '황산벌'은 다시 찾아보기도 했고. 나도 글을 이렇게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나.
 <호모 쿵푸스>는 최근에 어떤 선생님이 조언을 구해서 추천해줬던 책. 추천 이유를 한 줄로 요약하며 나도 가물가물한 게 부끄러워서 다시 찾아 읽었다. 처음 읽었을 때나, 마음에 들어서 사촌 동생에게 선물해 줬을 때나, 지금이나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은 여전한데 내 몸은 왜 이리도 무거운지. 자꾸만 돌아보고 반성하게 된다.

최인훈(3판-2008), 회색인, 문지
 까놓고 얘기하면, 고종석의 <독고준>을 읽기 위해 산 책. 작년, 이제 재작년이구나- 북페에 나왔던 걸 기대하고 갔더니 이번엔 볼 수가 없어서 눈물을 머금고(정말?) 인터넷 서점에서 <회색인>과 <서유기>를 질렀다. 그러고 생각했더니 벌써 <독고준>이 재작년 북페에서 질렀던 책, 그치만 아직 새 책ㅠ
 <회색인>을 읽으면서 최인훈은 역시 최인훈, 이라는 말을 여러 번 되뇌었다. 고뇌하던 이명준은 이름만 독고준으로 바뀐 채 자신의 생각을 전개하고 있었으니까. 최인훈의 소설을 읽다보면 시간 관념이 없어지는 걸 종종 느끼는데 소설 속에서도 사건의 흐름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회색인>은 더 그랬다. <서유기>의 독고준 역시 같은 모습이겠거니 짐작하면서도 왠지 슬쩍 기대가 되는.
 덧. 그리고 예전 블로그를 정리하며 봤더니 3년여 전에 무진장 공부하기 싫었던 수험생 현월은 <회색인>을 다 떼고 <화두>를 읽겠다는 벅찬 계획을 세우고 있었…;; 요번에는 좀 제대로 읽어보자.

한강(2011), 희랍어 시간, 문학동네
 말을 잃어가는 여자와 빛을 잃어가는 남자. 광고 카피 이상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은 글쎄. 그저 시와 닮아가던 마지막 부분이 지금도 서늘하게 마음 한켠을 스친다.

고종석(2009), 어루만지다, 마음산책
 오랜만에 잡은, 고종석의 언어론(… 이라니 뭔가 거창하지만;).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에 반했지만 구할 수 없어 제본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혼자가 된 내가 2부 격인 책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건 **이가 좋아할 것 같으니 선물'이라는 속지의 한 마디는 여전히 조금 아림.
 그래도 고종석의 글은 고종석의 글. 제목처럼 글들이 나를, 내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다시금 사랑하고 싶다는 느낌이 들만큼. 아마 사람을, 사랑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따뜻하기 때문이려니 생각을 하며 아쉽게 마지막 장을 덮는다.

옛 사람 씀·림호권 외 고쳐 씀(2007), 심청전·채봉감별곡·장화홍련전, 보리
 방과후를 준비하며 지른 책. 뭐, 그게 아니라도 보리의 '겨레고전문학선집'은 모으고 싶었으니까.
 "딸들의 수난 시대, 네 아비가 누구더뇨."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는데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조선 후기로 가면서 흔들리는 사회를 암시하듯 아버지의 위치가 흔들리고, 그 모습이 문학에도 반영되어 있었지. 시간이 더 지나 개화기가 되면 아예 아버지가 없는 고아 의식이 나타나게 되는 우리의 역사. 그 흐름을 다시금 떠올리게 했었던 한 권의 책. 두어 장 짧게 붙어있는 북한판 해설이 또한 눈여겨 볼만했던.
 여담이지만, 이 시리즈- 한자어를 맛깔나게 우리 말로 풀어내고 있어서 읽을 맛이 난다는:)

조현설(2005), 장화홍련전, 현암사
 역시나 방과후 대비용. 보리의 <장화홍련전>도 마음에 들었지만 정작 수업 교재로는 이걸 사용했더랬지. 전공자가 풀어쓴만큼 다섯 가지 질문을 통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해설은 맘에 들었지만, 왜 다른 책들과 달리 얘만 정종대가 배경인지 의문을 풀 수 없었기도 하다. 그리고 생각보다 오타가 종종 보여서 깜짝깜짝 놀라기도 했었지.
 그래도 애들한테 권한다면 역시 이쪽. 가격의 압박(…)도 있고, 아무래도 알맞은 삽화와 함께 배치되어 있으니까.

김선우(2002), 물 밑에 달이 열릴 때, 창비
 예전에 읽을 땐 허겁지겁, 그녀의 이야기를 탐하기만 했다. 그래서 어쩌면 그 내밀한 속내를 다 들여보지 못했을 지도.
 몇 번의 다시 읽기를 거치고, 책이 내게로 온지도 해를 훌쩍 넘기자 조금 느긋해졌다. '그러므로 이 책은 천천히 읽어야 한다. 김치를 한가닥, 한가닥 잘게 찢어 입 속으로 넣듯이.'라는 안도현의 발문도 이제서야 눈에 들어왔달까. 침대 머리맡에 두고 자기 전에 한두 챕터씩, 노래도 없이 고요함 속에서 읽었더랬다. 여행지에서의 사유를 길어올린 1부와 여러 상념을 담은 2부, 그리고 책과 함께한 3부에 이르기까지 책을 아껴 읽는다는 게 무엇인지 알게 해준 책.
 전엔 조곤조곤한 그 목소리를 얼른 다 듣고 싶어 헉헉거렸다면, 지금은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시간이 점점 짧아지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만큼 나는 자랐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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