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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상/주절주절

110821

by 玄月-隣 2014. 8. 31.

 긴 글을 쓰고 싶다. 예전에 얼음집에 잠깐 거주할 때 그랬듯, 주절거림일지라도 길고 길게, 하고 싶은 말의 끝까지 할 수 있는 그런 긴 글.


 글을 쓰지 못한 게 벌써 몇 달째인지 모르겠다. 유난히 길었던 봄과 여름. 손은 몇 번이고 펜과 키보드를 집적거렸지만 흘러넘치는 말들은 글이 되지 않았다. 바깥에서 살던 7년 내내 집은 휴식 공간일 뿐이었으니까 새삼 무언가에 전념한다는 게 힘들었다. 서로 다른 스타일의 글들이 던져주는 문체에 대한 고민도 선뜻 글에 못 다가가게 하는 이유였다. 타고난 혹은 길러진 게으름도 기꺼이 한 몫했다고 말할 수 있다.


 아마 그래서인가보다, 지금 이렇게 무겁고 답답한 것은.


 예전에는 글에다 많은 것들을 담아냈었다. 특히 그 당시의 마음들을. 개인적인 글일수록 상황은 상세하지 않더라도 내 감정에는 솔직했다. 어쩌다 그 글들을 다시 읽으며 '그땐 그랬었지'하고 스스로 거리를 둘 수 있을 때, 빛바랜 감정들을 털어버리고 조금은 홀가분해진 기분으로 한 발짝 더 나가볼 수 있었다.


 지금은 그게 안 된다. 나를 돌아볼 때마다 몇 달 간의 감정이 날 것 그대로 도사리고 있다. 날 것 그대로의 감정엔 여유가 없으니 자연 글이 써지지 않고, 글을 쓸 수 없으니 감정을 꺼내고 탈색할 수 없어 여유가 없어지는 악순환의 연속. 그러다보니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도 귀찮고 또 무섭다. 알게 모르게 쌓이는 감정들이 내게 영향을 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미 답은 알고 있다.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도 자명하다. 단지 벼랑에서 한 발 더 내딛는 용기가 없을 뿐이다. 그리고 이미 노동기가 빠져버린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게 슬플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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