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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하루/수업일기

국어의 음운 : 쪽지시험 & 정리용 PPT

by 玄月-隣 2011. 12. 2.
 국어 교과서 진도를 다 나갔다. 생활국어는 필요한 부분만 떼어내서 살펴봤다. 그러고나니 시험 때까지 애들을 뭘로 붙잡아두나 하는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동학년 선생님과 의논했던 게 국어의 음운. 마침 교과서에 '훈민정음을 바라보는 두 시각'이라는 단원이 있었고 - 물론 어떻게든 수업은 했지만, 난 얘가 왜 '논설문'으로 교과서에 실려 있는지 잘 모르겠다. 우선 수준에 맞는 텍스트인지 애매하고, 이 글에서 과연 초점이 주장과 근거 찾기에 모아져야 했는지도 궁금하다. - 창제 당시의 자음 17개와 모음 11개에 대해 수업한 적이 있기 때문에 그 보충으로 이 부분을 수업하기로 했다. 동학년 선생님이 워낙 베테랑이시고, 경력도 훨씬 많으시기에 수업 유인물은 선생님의 자료로 해결(만세!).
 자료를 나눠주며 애들한테 어렵다고, 그런데 시험에 들어간다고 이야기했다. 공부하라고 덧붙인 뒤 매 시간 배운 만큼씩 시험볼 거라고도 예고했다. 다음에 제시하는 자료는 매 시간 쪽지시험 때 썼던 학습지다.


 첫 시간에는 언어의 특성에 대해 수업했다. '사회성'을 설명하며 <책상은 책상이다>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역사성'을 설명하며 이런저런 옛날 얘기를 하기도 하고. 그런 뒤에 쪽지시험. 아직 중학생인 만큼 '역사성'에서 문법의 변화를 설명하는 부분이 조금 힘들긴 했지만. 아, 이것도 시험인만큼 옆친구와 바꿔서 매기도록 했다. 잘못 채점하면 옆 친구가 힘들어진다고 하고, 조금 귀찮아도 자기 공부한다고 생각하며 틀린 답을 바로 잡아주라고 하니 애들은 곧잘 따라하더라.
 두 번째 시간에는 모음부터. 모음체계표를 그리고 직접 발음하면서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역시 애들은 'ㅟ, ㅚ'가 단모음이라는 거에 놀라워했고, 직접 발음하면서는 재밌어하더라. 그러면서 묻는다. 실제로 이렇게 발음하는 사람이 있냐고. 나도, 여러분도 그렇게 발음하지 않는다며 이 역시 발음이 변하고 있는 '역사성'의 예라고 일러줬다.
 모음 쪽지시험을 치면서는 시험범위에 해당하는 문법 용어 설명을 좀 곁들였다. 물론 줄글로 내주면 안 읽을 게 뻔하니까-_- 줄긋기로 찾아보라고. 의외로 헷갈려하더라. 어쨌든 어간과 어미, 어근과 접사에 대한 개념을 한번 더 잡았음. 그리고 표를 보는 순간 애들한테서 일제히 터져나오는 원성. "쌤, 너무해요-"라면서 징징거리는 애들한테 "나 못된 거 이제 알았어요?"라고 천연덕스럽게 응수하며 풀게 했다. 대신 소나기가 내리는 사태를 막기 위해 작은 번호/기호를 붙인 것들을 전부 별개로 채점하게끔 했고.
 세 번째 시간에는 자음. 역시나 자음체계표를 그리고 발음해보게끔 했다. 특히 자음같은 경우 조음기관이 명확하기에 애들이 신기해하면서, 그리고 모음보다 알기 쉽다고 하면서 소리를 낸다. 그리고 여담으로 왜 '기역, 디귿, 시옷'만 이름이 다른지 '이응'은 모양이 다른데 왜 후음이 아니라 연구개음으로 가 있는지 등도 얘기했었고. 국어사에서 배웠던 걸 최대한 짜내가면서 옛날 이야기하듯 들려줬더니 쬐끔은 흥미를 가지더라.

 그리고 이젠 만들어둔 자료를 다 썼으니 대략 난감. 주말에는 다음 주를 버틸 쪽지시험 문제들을 또 궁리해야겠다.

 +) 정리용으로 구상한 PPT. 표로 외우는 건 지겹도록 했으니 요번엔 살짝 틀을 바꿔서. 처음 가르칠 때에는 확실히 표가 잘 짜여져 있기 때문에 편하고, 이젠 응용이니까 이렇게 표현해보았다. 그냥 끝내기엔 섭섭하니 간단한 ox 퀴즈도 덧붙여서 내일 한 시간 써먹어야지. 그 다음 일은 또 그 다음에 고민-ㅅ-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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