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벌거숭이노래1 천둥벌거숭이 노래 1(고정희) 지도에도 없는 숲길을 갑니다 태양이 호수에서 금발을 흔들고 이름 모를 산새들이 등성이를 넘어갑니다 바흐의 악보를 오솔길에 깔았더니 무반주 첼로의 서늘한 그림자가 지구의 머리칼에 고요히 걸립니다 내가 당도할 문은 아직 멀었습니다 숲에 별 뜨고 바람 부는 밤 모든 언어에 빗장을 지른 뒤 찔레꽃 향기가 심장을 가릅니다 어둠뿐인 하늘에 당신을 그립니다 오늘밤은 이것으로 따뜻합니다 - , 문지, 1994(재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들으며, 심장을 가르는 찔레꽃 향기를 느끼는 밤. 그야말로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이로구나. +) 시집 뒤편, 시인의 말. 아무리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둡고 고통스럽고 절망적이라 할지라도 여전히 우리가 하루를 마감하는 밤하늘에는 그리운 사람들의 얼굴이 별빛처럼 아름답게 떠 있고, 날이.. 2014. 3. 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