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려1 101117. 김려 <유배객 세상을 알다> 중에서 시로 남은 연희와의 추억은 눈이 부시다. 봄날 그녀의 집 우물가에서 수정처럼 영롱한 앵두를 따서 함께 나누어 먹었던 연희, 복사꽃이 흐드러지게 피면 꽃잎을 따서 그녀의 붉은 뺨과 자기의 흰 수염에 대보며 장난을 쳤던 연희, 긴 여름 장마 끝에 달이 뜨자 보고 싶은 마음에 신 신고 개울가로 나서니 어느새 작은 우산을 들고 치마를 끌며 술병을 들고 찾아온 연희, 달 뜨는 가을밤 낙엽 쌓인 그녀의 집 뜰에 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다가 얘기가 다하면 손잡고 단풍나무 붉은 뜰을 함께 거닐던 연희, 펄펄 날리는 눈바람에 뚫어진 창으로 문풍지 펄럭이는 겨울밤 근심에 뒤엉켜 쓸쓸히 누웠는데 얼어붙은 눈길을 또각또각 밟고 와 화로에 술을 데우던 연희, 눈 그친 맑은 날 달은 밝고 촛불은 가물거리는데 따뜻한 양털 휘장을.. 2014. 8. 2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