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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하루/칠판낙서

하루살이 인생

by 玄月-隣 2014. 3. 21.

 새 학기가 시작하고 3주차. 처음으로 맡은 3학년 졸업반, 그리고 2년만에 보는 아이들과 07교육과정. 아이들은 익숙한데, 국어와 생활국어로 나뉘어 있는 책이 낯설고, 3월 첫 달인데 <서시>와 <껍데기는 가라>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배치되어 있는 교과서가 슬펐다. 게다가 왜 내 정신은 여태 돌아오지 않는 건지. (사실은 지금도. 내일은 학부모 총회가 있고, 자료 정리도 제대로 못한 나는 환경미화와 상담일지 정리라는 짐을 안고도 이러고 있으니-_-;)

 

 개학식, 동아리와 자율활동 등으로 몇 번의 결손이 있는 수업들이었지만 그래도 3주면 10차시 이상. 그런데도 겨우 시 두 편을 끝내고 이제 소설에 들어가고 있는 나는 뭐하는 사람인가에 대한 회의가 한가득.

 물론 변명을 못 할 것도 아니다. 대단원 제목이 '작가와 사회의 만남'인 만큼, 배경지식을 쌓아주는데 충실했으니까. <서시>를 얘기하면서 용정소학교와 윤동주 문학관에 갔던 경험을 십분 살려 윤동주의 생애를 구성하고, 애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일제강점기 3대 미남 작가에 대한 얘기도 덧붙여서. <껍데기는 가라>에서는 자연히 4월 혁명과 동학농민운동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고, 헌법 전문 이야기도 잠깐. 윤동주와 신동엽의 다른 유명작 3편씩도 본문을 보여주고 썰을 풀어가며 풀어나가니 거의 2주가 지나간다. 게다가 3월 초부터 노트북이 돌아가신지라 오로지 책과 분필만으로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 으아아, 힘들어;ㅁ; 그리고 <난쏘공>은 소설 전체에 대한 이야기부터. 나도 까먹은 내용이 태반이라 다시 소설을 읽고 있다는 점이 좀 부끄럽지만 어쨌든 엮어 나갈 수는 있으니까. 내 타입이 아닌 학습지를 주워다가-_- 풀어나가면서 설명을 하는데, 수업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이 좀 더 필요하구나 느낄 뿐.

 

 말로는 수업이 제일이다, 고 얘기하면서 전혀 그렇지 못한 현실. 업무 과다인 중학교라는 악조건이지만 그것만 탓하고 있어서야 되겠냐. 결국 수업을 만들어가는 건 나니까- 앉아 있는 45분이 무의미한 시간은 아닐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되도록 많은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갈 길이 아직 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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